[단독]세자리수 확진 집회탓? 정부 8월내내 여행장려 계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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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세가 커진 지난달 중순 이후에도 국내 여행을 장려하는 사업을 계속 진행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옛 미래통합당)은 “안일한 방역 태도가 코로나19 2차 유행을 낳은 것이 아닌지 따져보겠다”는 입장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던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터미널의 모습. 국내 여행을 즐기려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던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터미널의 모습. 국내 여행을 즐기려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뉴스1]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실이 9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관광공사는 지난달 말까지 신청 기업에 한해 정부가 휴가비를 추가로 지원해주는 ‘근로자 휴가지원 사업’을 진행했다. 근로자 휴가지원 사업은 신청 기업과 소속 직원이 공동으로 각각 10만원, 20만원의 여행자금을 적립하면 정부가 여기에 10만원을 추가로 지급해주는 사업이다. 근로자는 20만원만 내면 해당 사업 전용 상품 구매 사이트에서 쓸 수 있는 40만원 상당의 포인트를 지급 받아 국내 여행 관련 상품을 살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관련 홈페이지에서 해당 사업의 기대효과에 대해 “근로자의 쉼표가 있는 삶을 위해 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분위기 조성에 기여하고, 국내 여행 유도를 통해 내수경기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1월 30일부터 해당 사업 지원 대상을 모집하기 시작했고, 총 1만1688개 기업 소속 9만5528명이 참여했다. 이 중 8월 신청자는 3658명이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이 7월 27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이 7월 27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의원은 “8월 14일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103명으로 다시 세 자릿수를 기록한 날이고 그 뒤로 한동안 확진자가 크게 늘었다”며 “그런데도 정부는 14일 이후로도 2주 넘게 지원 대상자를 계속 모집했고, 해당 기간에 여행 상품 판매도 계속 이뤄졌다"고 했다. 관광공사는 지난달 30일 해당 판매 사이트 운영을 중단했다고 한다.

실제 8월 한 달 동안 휴가지원 사업 사이트에선 1만4653건의 국내 숙박 상품 거래가 이뤄져 7월(2만756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김 의원은 “정부는 확진자가 다시 급증한 원인을 8·15 광화문 집회로만 몰고 있는데, 코로나19 재유행 위험에도 쿠폰이나 지원금을 줘가며 국내 여행을 장려한 당사자가 정부 아닌가”라며 “방역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태도가 2차 유행의 원인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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