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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스트레스 탓에 위임통치? '내각 통치'에 더 가깝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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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최근 국정운영 방식 변화는 ‘위임 통치’가 아니라 ‘내각 통치’에 가깝다고 북한 소식에 밝은 베이징의 한 서방 외교 소식통이 7일 밝혔다. 앞서 국정원은 김 위원장이 통치 스트레스 때문에 위임 통치를 하고 있다고 보고해 논란을 불렀다.

건강 등 일신 문제로 권한 위임한 게 아니라 #자신의 절대적 권력에 대한 자신감 바탕으로 #각 분야 책임질 인물 등용, 이들에 권한 부여 #과거 통치방식 탈피, ‘정상국가’로 이끌려 해 #평양 주류세력도 기술관료 중심으로 개편 중

북한의 태풍피해 현장에서 옥수수를 살펴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는 한 고위 간부의 모습이 이채롭다. [연합뉴스]

북한의 태풍피해 현장에서 옥수수를 살펴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는 한 고위 간부의 모습이 이채롭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 베이징의 한 북한 소식통은 ‘위임 통치’라는 말은 김 위원장이 마치 건강 등 일신에 문제가 생겨 권한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게 되자 그 권한을 위임해 통치하는 것이라는 오해를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권력운영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가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보다는 김 위원장이 자신의 절대적인 권력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각 분야에 걸쳐 책임자를 지정하고 이들에게 권한을 부여해 국정을 운영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북한의 노동신문과 민주조선 1면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아닌 리병철과 박봉주 등 당 고위 간부들을 전면 배치했다. 김 위원장이 북한을 정상적인 국가로 운영하기 위한 통치방식의 변화 중 하나로 해석된다. [연합뉴스]

북한의 노동신문과 민주조선 1면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아닌 리병철과 박봉주 등 당 고위 간부들을 전면 배치했다. 김 위원장이 북한을 정상적인 국가로 운영하기 위한 통치방식의 변화 중 하나로 해석된다. [연합뉴스]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제1부부장이 대남·대미 정책을 관장하고, 경제는 박봉주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과 김덕훈 내각총리, 군사는 당 중앙 군사위 리병철 부위원장과 군정지도부의 최부일 부장 등에게 일정 수준의 권한을 부여한 형식이라고 한다.

김 위원장 아래 ‘캐비닛(내각)’을 구성한 것처럼 인물들을 포진시키고 이들을 통해 국가를 이끄는 ‘내각 통치’에 더 가깝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국정운영 방식 변화는 김 위원장이 북한을 ‘정상 국가’로 통치하기 위한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고 이 소식통은 설명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제9호 태풍 '마이삭'으로 피해를 입은 함경남도에서 당 중앙위원회 정무국 확대회의를 소집했다고 6일 노동신문이 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제9호 태풍 '마이삭'으로 피해를 입은 함경남도에서 당 중앙위원회 정무국 확대회의를 소집했다고 6일 노동신문이 전했다. [연합뉴스]

이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선대의 ‘유훈 통치’나 ‘선군(先軍) 정치’ 등과 같은 과거의 통치 방식에서 벗어나고 싶어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의 선전선동이나 조직 통제에만 의존해서는 북한 주민을 효과적으로 통치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김 위원장은 대신 지도자가 국민 속으로 들어가 민생을 챙기는 것처럼 정상적인 국가 통치를 꾀하고 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이 지난 5일 태풍 ‘마이삭’으로 큰 피해를 본 함경남도에서 노동당 정무국 확대회의를 열고 피해 책임을 물어 도당위원장을 교체한 게 그런 경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태풍9호 피해지역을 살피고 이를 복구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당 중앙위원회 정무국 확대회의를 개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6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태풍9호 피해지역을 살피고 이를 복구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당 중앙위원회 정무국 확대회의를 개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6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이 소식통은 또 김 위원장에 의해 평양의 주류 세력이 교체되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전략무기 개발의 주역인 리병철 등 핵 개발자와 기술 관료를 대거 등용해 과거 빨치산 출신 등 기득권 세력을 대체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신·구 세력의 교체 과정에서 적지 않은 갈등이 벌어지고 있으며 김 위원장은 수하에 각 분야를 책임지는 인물을 두는 정상적인 국가운영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를 보이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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