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 대타' 산스장 북적··· ‘술판 되는 모텔’ 전화통 불났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 5일 한 네티즌이 "운동할 사람들은 운동하고 있다"며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호수공원이라고 한다. [인스타그램 캡처]

지난 5일 한 네티즌이 "운동할 사람들은 운동하고 있다"며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호수공원이라고 한다. [인스타그램 캡처]

평소 피트니스를 즐기는 20대 김모씨.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피트니스 센터에서 운동하는 모습을 열 달 가까이 찍어 올릴 정도로 열정적인 편이다. 그러나 지난달 30일부터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를 시행하자 다니던 피트니스 센터가 문을 닫았다.

운동을 쉴 수 없던 그는 주말인 지난 5일 서울 관악산을 찾았다. 일명 ‘산스장(산에 있는 헬스장)’에 가기 위해서다. 김씨는 7일 “사람 없는 시간을 골라 오전 6시쯤 갔는데 그때도 4~5명은 있었다”며 “피트니스 센터보다 시설이 열악하고 모기 등 벌레도 많았지만, 거리 두기를 연장했기 때문에 한 번 더 찾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산·공원 몰리는 사람들

6일 오후 서울 여의도한강공원. 연합뉴스

6일 오후 서울 여의도한강공원.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재확산 우려로 여러 실내 공간 이용을 제한하자 일부 시민이 야외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방역 당국의 별다른 지침이 없는 데다, 사람이 들어차는 실내보다 안전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전문가들은 감염 사례가 있는 만큼 야외에서도 방역 수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스장이나 ‘공스장(공원에 있는 헬스장)’이라는 말이 젊은 층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유튜브에서는 산스장 관련 동영상이 수십 개 검색된다. 인스타그램에서는 산스장·공스장 관련 글이 1000여개 넘게 올라와 있다. 경기도 고양에 사는 20대 A씨는 “산스장이라는 말이 유행이길래 동네 호수공원을 가봤더니 밤인데도 사람이 꽤 많았다”고 말했다.

데이트나 모임 장소로 꽉 막힌 실내보다 탁 트인 야외를 선호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지난 5일 서울 경의선 숲길을 남자친구와 찾았다는 직장인 이모(29·여)씨는 “마스크를 쓰고 숲길을 따라 걸으면서 데이트를 즐겼다”며 “최근 공원 등에서 만나며 야외 데이트를 하는 친구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날 분당 중앙공원 광장에 나들이를 나온 대학생 두 명도 “사람이 있는 실내는 왠지 꺼려졌다. 야외는 괜찮을 것 같아서 나왔다”고 말했다.

‘홈 파티’, 모텔 ‘파티 룸’도 인기  

각각 최대 8명, 10명까지 수용 가능한 다인실이 있는 서울 역삼 지역 한 모텔은 7일 오후 예약이 마감됐다. [야놀자 애플리케이션 캡처]

각각 최대 8명, 10명까지 수용 가능한 다인실이 있는 서울 역삼 지역 한 모텔은 7일 오후 예약이 마감됐다. [야놀자 애플리케이션 캡처]

단체 실내 모임을 꺼리는 분위기는 개인 집이나 모텔·호텔 등 외부와 차단된 장소 위주의 만남으로도 이어진다. 지난 6일 친구 5명과 집에서 모여 ‘홈 파티’를 열었다는 직장인 정모(31·여)씨는 “모르는 사람들이 있는 식당보다 아는 사람들끼리 집에서 만나는 게 더 안전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람 여러 명이 함께 있을 수 있는 모텔·호텔을 찾는 이들도 많아졌다. 최대 10명까지 수용 가능한 방이 있는 서울 신촌의 한 모텔은 오는 8일까지 해당 방 예약이 꽉 찼다. ‘파티 룸’이 있는 서울 역삼의 한 모텔도 이날 예약이 마감된 상태였다. 신촌의 한 모텔 관계자는 “요새 주변 모텔 파티 룸에 손님이 몰려 어디든 예약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문의 전화가 하루에도 30통 가까이 걸려온다”고 말했다.

“야외도 안전지대 아냐”

5일 오후 서울 한 한강공원에 사람들이 몰려 있다. [독자 제공]

5일 오후 서울 한 한강공원에 사람들이 몰려 있다. [독자 제공]

하지만 이런 행위가 방역 당국의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 19 확산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관내 공원 곳곳에 운동 시설 이용을 금지한다는 현수막을 내건 서울 서대문구청의 한 관계자는 “운동할 때 마스크 착용이 힘든 경우가 많아 시설을 폐쇄했다. 불특정 다수의 손길을 타는 운동기구 역시 감염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야외는 자연 환기가 돼 감염 가능성이 떨어지지만 없어지진 않는다”며 “해외에서 관련 감염 사례도 나왔고, 최근 확진자가 폭증한 광화문 집회도 야외였다. 가능하면 불요불급한 외출이나 모임은 안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외출이나 모임을 꼭 해야 한다면 ▶개인 간격 2m 거리 두기를 지킬 것 ▶운동할 땐 손 소독제 등을 사용하며 개인 청결에 신경 쓸 것 ▶가능한 적은 인원이 모일 것 등을 주문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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