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뜨거워요" 6층 중학생 추락 전 땅에서 올라온 '동아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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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정 안 되겠으면 뛰어내려요. 어른들이 받아 줄게요.”  

 지난달 29일 오전 5시44분쯤 울산시 중구 성안동의 한 아파트 6층. 중학생 A군(14)이 아파트 베란다에 걸터앉아 한쪽 다리를 내놓은 채 창문틀을 붙잡고 있었다. A군 뒤편 집 안에서는 붉은 화염이 솟구치고 시커먼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A군은 연신 “뜨거워요. 살려주세요”라고 외치며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울산서 중학생 불난 집 창문 매달려 #주민 진창훈씨, 사다리차로 구해내

 화재경보기를 듣고 밖으로 나온 주민들은 비명을 내지르는 A군의 집 아래 쪽으로 모여 들었다. 뜨거운 열기에 A군은 더는 버티지 못할 듯 보였고, 주민들은 A군이 뛰어내리면 받아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지를 고심했다.

 이 때 같은 아파트에 사는 주민 진창훈(47)씨가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섰다가 이 장면을 목격했다. 진씨는 “아이가 매달려 있는데 도와주세요”라는 주민들의 외침에 황급히 아파트 뒤편으로 뛰어갔다. 울산에서 사다리차 기사로 10년째 일해온 진씨가 근처에 주차된 자신의 사다리차로 향한 것이다.

 진씨는 사다리차에 시동을 건 뒤 A군이 있던 6층을 향해 사다리차 짐칸을 올렸다. 짐칸이 도착하자 A군은 베란다에서 짐칸으로 가까스로 이동했다. 진씨는 다시 사다리를 능숙하게 아래로 내려 A군을 무사히 구조했다.

지난달 29일 오전 5시44분쯤 울산시 중구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나 중학생이 창문에 매달리자, 주민이 사다리차로 구조했다. [사진 진창훈씨]

지난달 29일 오전 5시44분쯤 울산시 중구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나 중학생이 창문에 매달리자, 주민이 사다리차로 구조했다. [사진 진창훈씨]

 진씨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오전 5시 반쯤에 집에서 나갔는데 아파트 복도에서 화재경보기가 울리고 있었다”며 “이후 아파트 뒤편에서 ‘사람이 매달려 있다’는 소리를 듣고 곧바로 달려갔다”고 했다.

 진씨가 A군을 구한 뒤 구조대원들이 도착했고, 소방 사다리차는 잠자다 깨 창문을 통해 아래로 내려오려던 A군 부모를 구했다. 진씨는 이런 상황이 종료되고서야 다시 일터로 향했다. A군은 등에 2도 화상을 입고 치료를 받고 있다. 가족 모두 경상으로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은 A군의 집 내부(소방서 추정 100㎡)를 모두 태우고 이날 오전 6시30분쯤 출동한 소방관들에 의해 꺼졌다.

 울산중부소방서는 지난 3일 진씨에게 감사패를 수여했다. 박용래 중부소방서장은 “진창훈씨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시민들에게 귀감될 수 있도록 감사패를 수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진씨는 “누구라도 당시 상황에서 그렇게 했을 것”이라며 “학생과 가족들이 모두 무사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울산=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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