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시중 오만원권 환수율 절반 이하…잠자는 신사임당

중앙일보

입력

시중에 풀린 오만원권 가운데 절반 이상이 시장에 돌지 못한 채 금고 등에서 잠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오만원권 지폐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오만원권 지폐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다른 선진국들의 최고 액면가 화폐와 비교할 때 유난히 환수율(화폐 발행액 대비 환수액 비율)이 낮아 국세청에서 "수상한 현금거래 정보 수집을 강화하겠다"고 공표하고 나섰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이광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2일 한국은행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9년 처음 등장한 오만원권은 올해 7월까지 누적 발행액 227조 9801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 중 시중에 유통된 후 한은 금고로 돌아온 환수액은 112조 423억원(49.1%)에 불과했다.

나머지 115조 9378억원(50.9%)는경제 주체들의 주머니에 별도로 보관된 걸로 보인다.

특히 올해 7월까지 오만원권 환수율은 31.1%로 2014년 이후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최근 5년 같은 기간(1월~7월)과 비교할 때 올해 발행액은 최대지만 환수액은 최소 수준으로 집계됐다.

수량으로 따지면, 올해 발행된 3억 600만장 가운데 2억 1100만장이 금고나 장롱 등에 숨어버린 셈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경제 악화로 인한 현금저축 추세를 반영한 것이란 진단을 내놓았다.

코로나19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예비용 현금을 쌓아두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광재 의원을 비롯해 일각에서는 낮은 환수율이 금융거래 기록이 잡히지 않는 현금을 활용한 음성적 거래가 만연하다는 증거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 의원은 "부동산 다운계약 등 음성적 거래가 암암리에 퍼지고 있는 사실을 고려하면, 오만원권의 낮은 환수율이 단순히 현금보유 성향의 증가 때문만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의 최고액권 화폐 회수율은 다른 국가에 비해 낮은 편이다. 한은에 따르면 미국의 최고액권 화폐인 100달러의 환수율은 ▲ 2015년 79.4% ▲ 2016년 77.6% ▲ 2017년 73.9% ▲ 2018년 75.2% ▲ 2019년 77.6%로 줄곧 70%를 웃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최고액권 화폐 500유로의 환수율도 ▲ 2015년 95.8% ▲ 2016년 151% ▲ 2017년 117.8% ▲ 2018년 94.5%로 90%를 상회한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김대지 국세청장은 지난달 31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고액화폐 수요 증가 원인은 저금리 기조도 있지만, 탈세의 목적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금융정보분석원의 여러 분석 자료, 현금 영수증 등의 정보 수집을 강화해 현금 거래에 대해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답했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