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배 꽂자 배재정 띄웠다···‘당청일체’ 속도내는 이낙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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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1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 열린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자리에 앉아 손소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1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 열린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자리에 앉아 손소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대표의 당직 인선에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인사로 화답한 셈이다.”

배재정 청와대 정무비서관의 임명을 놓고, 더불어민주당 관계자가 1일 내놓은 해석이다. 배 비서관은 이낙연 대표가 국무총리일 때 1년 6개월간 비서실장을 지냈다. 이 대표가 과거 “제 생각이 잘못되면 고집을 피워서라도 만류해 제가 큰 실수하지 않고 총리직을 마칠 수 있게 해준 사람”이라고 평가한 적도 있다. 배 비서관은 자타공인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반대로 이 대표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민정비서관 출신인 김영배 의원을 당 대표 정무실장으로 발탁했다. 당 핵심 요직인 사무총장에는 과거 문재인 대통령의 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친문’ 핵심 박광온 의원을 앉혔다. 결과적으로 문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던 ‘대통령의 사람들’이 이 대표 곁으로, 이 대표 최측근이 문 대통령 곁으로 가는 맞교환 인사가 이뤄진 셈이다.

당내에선 이를 두고 “당·청이 화학적 결합을 마쳤다. 예전보다 긴밀히 운영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김 실장도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민 뜻이 무엇인지 당을 통해 청와대에 잘 전달하고 당·청이 ‘원팀’이란 것을 잘 보여줄 것”이라며 이런 전망에 힘을 실었다.

왼쪽부터 배재정 청와대 정무비서관, 김영배 민주당 대표 정무실장[페이스북 캡처]

왼쪽부터 배재정 청와대 정무비서관, 김영배 민주당 대표 정무실장[페이스북 캡처]

“국난극복위원회 중심 당 운영”

이 대표의 행보 중엔 당내 기구인 국난극복위원회의 확대 개편도 눈에 띈다. 이 대표는 당선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 첫 화상회의에서 “당 국난극복위원회가 지금은 임시기구처럼 되어있는데 그보다는 더 강화해야겠다”고 말했다. 본인이 직접 국난극복위 위원장을 맡으면서 다른 중진 의원들을 공동위원장으로 추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일단 올해는 국난극복위 중심으로 당을 운영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당 운영의 핵심 의제로 삼으면서, ‘이낙연호(號)’ 민주당은 자연스레 당·정·청 접촉면 확대도 넓힌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핵심 의원은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부터 고위 당·정·청 회의를 늘리고, 실무진 당·정·청 회의도 수시개최하는 방안을 공식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무진들이 수시로 논의해 결정의 속도감을 높이고 당·청 잡음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31일 오후 국회에서 첫 최고위원회의를 앞두고 최고위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양향자, 노웅래, 김종민, 이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 염태영, 신동근 최고위원. [연합뉴스]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31일 오후 국회에서 첫 최고위원회의를 앞두고 최고위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양향자, 노웅래, 김종민, 이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 염태영, 신동근 최고위원. [연합뉴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선 “이런 당 운영이 정상적이진 않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 수도권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보통 정권 후반기 당·청 관계는 거리를 두는 게 일반적”이라며 “하지만 대선 후보가 대표가 되면서 당 운영이 대선 스케줄과 연동되게 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당직자는 “현재 코로나19 재확산 정국은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 절체절명의 순간이라 생각하고 대응 방안을 짠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결국 친문에 편승하는 거 아니냐”

이 대표가 8·29 전당대회에서 얻은 득표율(60.8%) 중 권리당원(63.7%)과 일반당원(62.8%) 득표율은 대의원(57.2%) 득표율보다 5~6%포인트 더 많았다. 민주당에선 대의원 투표보다는 권리당원 투표나 일반당원 여론조사에서 ‘친문’ 성향 당원들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다. 전당대회를 거치며 ‘친문’ 당원들이 이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이 된 셈이다.

이 때문에 당·정·청 일체감을 높이는 당 운영 방식을 이 대표의 정치 기반과 연결지어 해석하는 의견도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날 “당·청 관계를 긴밀히 하겠다는 것은 결국 이 대표가 문 대통령과 하나가 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앞서 지난달 30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대담에서 “이낙연 씨는 ‘친문’에 얹혀갈 것이다. 그래서 ‘문재인 시즌 2’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1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개원식에서 연설을 마치고 퇴장하는 동안 이낙연 민주당 의원(현 대표)과 인사하고 있다. [연하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1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개원식에서 연설을 마치고 퇴장하는 동안 이낙연 민주당 의원(현 대표)과 인사하고 있다. [연하뉴스]

이낙연 대표의 ‘당·청 일체’ 행보는 당분간 계속될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 대표의 차기 대선 후보 선호도가 대통령 국정 지지도와 함께 올라가고 떨어지는 상황에서, 굳이 거리를 둘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배종찬 인사이트K 소장은 “30~40%대 지지층이 견고한 문 대통령에 일단 편승하는 전략을 펼 것”이라며 “‘선 긋기’를 하는 순간 ‘친문’이 돌아서기 때문에 이 대표도 말을 아낄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석·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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