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대기 늘고 외래 진료 축소…'의료 대란' 현실화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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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내원객이 발열검사를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내원객이 발열검사를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소재 주요 대형병원에서 의료 차질이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 공공 의대 신설 등 정부의 주요 의료 정책 추진을 두고 의료계와 정부가 대립하는 가운데서다. 31일부터 외래 진료를 시작하면 의료 대란이 본격적으로 현실화할 수 있다.

30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은 응급환자 대기가 계속 길어지는 분위기였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응급실이 문제”라며 “응급실 의료진은 파업을 최소화해 의료공백이 없도록 노력했지만, 파업한 다른 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는 환자가 늘어 대기가 길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아산병원 응급실도 응급환자 진료를 평소 대비 80% 수준으로 제한했다. 이 병원 관계자는 “총파업 기간이 길어지면 수술 일정을 재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긴장감 도는 대형병원

서울대병원에 응급실 진료 지연을 알리는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서울대병원에 응급실 진료 지연을 알리는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대한의사협회가 제2차 전국 의사 총파업을 시작한 26일부터 대형병원은 이미 수술 일정을 조정하며 대비했다. 서울성모병원·서울대병원은 수술 일정을 50%까지 줄였다. 삼성서울병원도 9월 초까지 수술 건수를 50~60% 수준으로 조정했다. 주요 병원은 자원근무 형태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선별진료소나 중환자실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고 있다.

하지만 평일인 31일부터가 문제다. 외래 진료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 내과는 일단 31일부터 9월 4일까지 외래진료 축소를 결정했다. 응급환자를 수술하기 위해서다. 서울아산병원은 시급하지 않은 외래 진료 예약을 연기했다. 서울성모병원 내과도 결론은 나지 않았지만, 진료 축소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출입문 앞에 환자용 휠체어가 놓여 있다. 뉴스1

서울아산병원 출입문 앞에 환자용 휠체어가 놓여 있다. 뉴스1

외래 진료 개시를 앞두고 전공의·전임의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대형병원은 초긴장 상태다. 병원별로 80~90%가량이 파업한 전공의의 빈자리를 그간 전임의가 메웠는데, 이들의 피로 누적이 31일부터 현실화하기 때문이다. 피로 누적으로 의료진이 이탈한 상황이다. 그간 진료·수술을 미뤄왔던 환자가 한꺼번에 몰리면 우려했던 의료 대란이 현실화할 수 있다.

실제로 서울성모병원은 교수급인 진료전문의가 당직을 서며 24시간 환자를 돌보고 있다. 서울성모병원은 “그간 응급환자·중증환자 수술을 맡았던 의료진도 격무에 시달리고 있어 휴식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사태 추이를 보며 수술·진료 일정을 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도 “전공의 대신 야간당직 근무를 하던 의료진의 피로가 누적되고, 31일부터 외래 진료가 다시 시작되면 진료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파업 중인 전임의·전공의들은 3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1인 시위를 계속했다. 피켓 시위에 참여한 한 전임의는 “대한전공의협의회의 집단 휴진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며 “의료공백을 막기 위해 일하고 있는 일부 의료진도 파업을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희철·권혜림·김지아·정진호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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