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공공의대뿐 아니라 KBS·경찰 등에도 ‘시민단체 추천’ 법안 나왔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01호 06면

시민단체가 정부나 공공기관의 공적 결정에 관여할 수 있는 내용이 여권이 추진 중인 복수 법안에 포함된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공공보건의료대학(공공의대) 학생 선발에 시민사회단체가 관여할 수 있다고 밝혀 논란을 불렀다.

정청래·김영배 발의안에 포함 #시민단체, 감시자 아닌 내부자로 #전문가 “권력서 독립하는 게 중요”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월 대표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엔 ‘KBS와 그 구성원, 방송 관련 학계 및 관련 시민단체 등이 추천하는 사람 수가 전체 이사진의 2분의 1 이상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정 의원은 “KBS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 공정한 보도를 보장하기 위해서”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이 자치경찰제 도입을 위해 대표 발의한 경찰법 개정안에도 시·도자치경찰위원의 자격 요건(20조) 중 법조인 등 전문가 외에 ‘지역 주민 중 지방자치행정에 경험이 풍부하고 학식과 덕망을 갖춘 사람’이란 내용이 담겼다. ‘시민단체 추천’이란 문구는 없지만 사실상 지역 시민사회계 인사의 진출을 보장하고 있다는 평가다.

정부가 지난 6월 26일 발의한 행정사무의 민간 위탁에 관한 법률 제정안에도 “행정안전부 민간위탁심의위와 각 위탁 기관 소속 민간위탁운영위원은 변호사·공인회계사 등의 자격을 가졌거나 시민단체에서 추천하는 사람 중에서 임명토록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24일 “공공의대 후보 학생은 전문가·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중립적인 시·도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추천토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후 논란이 커지자 복지부는 “(시민단체 추천은)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의 의견을 청취할 필요가 있을 수도 있다는 측면에서 예시적으로 표현한 방안일 뿐”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선 문재인 정부 들어 시민단체 추천제가 공공연해진 배경에는 참여민주주의를 내세웠던 노무현 정부의 영향이 크다는 진단이 나온다. 비주류였던 시민단체가 노무현 정부 들어 정부 위원회 등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고, 인수위 내 장관 후보 추천위에도 경제정의실천연합·여성단체연합 등 시민단체 인사가 다수 포함됐다. 시사저널이 2004년 실시한 한국을 움직이는 10대 집단·단체·세력 조사에서도 시민단체는 언론·기업·정당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시민단체가 촛불집회에 깊게 관여하면서 현 정부와 더욱 밀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민단체가 권력의 감시자가 아닌 권력의 내부자로 전락하면서 진보 진영 내에서도 “NGO(시민단체)와 민주당과의 긴밀한 관계는 무엇보다 민주당에 대한 정치적 비판을 삼가며 운동의 전진을 가로막는 구실을 한다”(최영준, 『마르크스21』 24호)는 비판이 제기됐다.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참여연대든 뉴라이트 시민운동이든 정치적 입장을 표명하는 건 나쁘지 않지만 정치에만 함몰돼 지식인으로서의 실천적 윤리를 망각하고 권력화된 행태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가 지급하는 보조금은 보수·진보를 떠나 정부와 시민단체가 공생관계를 맺도록 하는 수단”이라며 “먼저 권력으로부터 재정 독립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준호·김홍범 기자 ha.junho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