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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넷플릭스·딜리버리코리아, 세금 회피의혹 세무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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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인기 콘텐트 순위가 나와 있는 한국 넷플릭스 홈페이지. [한국 넷플릭스 홈페이지 캡처]

인기 콘텐트 순위가 나와 있는 한국 넷플릭스 홈페이지. [한국 넷플릭스 홈페이지 캡처]

국세청은 국경을 넘나들며 탈세 행각을 벌인 혐의가 있는 다국적 기업 21곳과 국내 자산가 등 역외 탈세 혐의자 22명 등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27일 밝혔다. 그중에는 온라인 동영상 업체 넷플릭스 한국법인과 배달 플랫폼 요기요 운영사인 딜리버리코리아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플랫폼 기업 등도 상당수 포함됐다.

국세청, 다국적기업·자산가들 조사 #본사에 경영자문료 주는 방식 등 #국내서 번 돈 역외 탈세 혐의 #법인 돈 빼내 베벌리힐스 저택 구입 #영업소 등록, 자녀 살게한 자산가도

역외 탈세는 한국에서 내야 할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해외로 재산을 빼돌리는 행위다. 재산이 많은 개인은 물론 수출입 거래가 많은 다국적 기업이나 국내 기업들도 종종 시도한다.

국세청이 조세 회피를 시도한 것으로 보는 다국적 기업들은 해외에 있는 모회사에 경영자문료·기술 사용료·상표권 사용료 형식으로 국내에서 번 돈을 해외로 유출한다. 상표권·저작권 사용료의 경우에는 해외 모회사에 지급한 사용료 일부에 붙는 세금을 한국 국세청에도 내야 한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해외로 송금한 상표권 사용료 액수를 줄이려고 다른 항목으로 허위로 기재하기도 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 한국법인은 미국 본사에 경영자문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한국에서 번 수입을 해외로 이전해 세금을 회피한 의혹을 받고 있다. 딜리버리코리아도 국내 과세 대상이 아닌 소득으로 위장한 혐의가 있는지 조사 중이다. 다만 국세청은 “개별 납세자 정보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없다”며 두 회사의 세무조사 여부를 밝히진 않았다.

아예 상표권 사용료를 없애고 국내 소비자에 전가하는 곳도 있다. 이번 세무조사 대상이 된 해외 명품 기업은 가방·시계 등 상품 가격에 탈세를 위한 상표권 사용료까지 가격에 포함시킨 것이다. 똑같은 가방·시계라도 해외보다 한국에서 가격이 더 비쌌던 이유다.

역외 탈세의 전통적인 수법은 일명 ‘스위스 계좌 빼돌리기’다. 이번 조사 대상에도 7건이 포함됐다. 한국 과세당국이 금융정보 접근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스위스·홍콩·케이만제도 등 조세회피처에 계좌를 개설해 국내 자산을 해외로 유출하는 방식이다.

한 국내 약품 제조사 사주는 해외 관계사에 자산을 빼돌리고, 본인 스위스 비밀계좌에 100억원대 횡령 자금을 숨겼다. 자신이 운영한 회사를 해외에 판 사업가도 매각 차익을 홍콩 비밀계좌에 은닉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방식도 해외 과세당국과의 금융정보 자동교환 협정을 맺은 뒤로 적발이 쉬워지고 있다. 국세청은 올해까지 109개 국가와 관련 협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딜리버리 코리아의 ‘요기요’ 배달 오토바이. [연합뉴스]

딜리버리 코리아의 ‘요기요’ 배달 오토바이. [연합뉴스]

국세청은 이 밖에도 가족의 국적을 수시로 바꿔 한국에서 세금을 내는 국민(거주자)이 아닌 것처럼 위장하거나(6명), 해외 현지법인에 자금을 빼돌린 국내 기업인(9명)도 조사할 예정이다.

한국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A씨는 자녀 유학 차 가족을 미국에 보낸 일명 ‘기러기’다. 그는 자기 재산을 자녀에 편법 증여하기 위해 본인 명의 해외 계좌로 수십억원을 송금했다. 그런 다음 미국에 있는 배우자와 자녀가 이 돈을 인출해 미국 베벌리힐스·라스베이거스 소재 부동산을 매입하게 했다. 가족 생활비는 본인 회사 내부 자금으로 지원했다. 박정열 국세청 국제조사과장은 “개인적으로 산 주택을 A씨 회사의 해외 영업소로 등록하고, 영업소 운영비 명목으로 수십억원을 송금해 해외에 있는 가족 생활비로 쓰게 했다”며 “법인자금 부당 유출 혐의 등을 정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국세청은 조사 과정에서 이중계약·차명계좌 이용 등 고의적인 탈세 혐의가 확인되면 최대 60%의 가산세를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하는 등 강력 대응할 방침이다. 임광현 국세청 조사국장은 “국내 소비·투자로 활용돼야 할 국부를 유출하는 행위를 엄단하기 위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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