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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정찰기 띄우자 中 미사일 날렸다…불붙은 남중국해

중앙일보

입력

남중국해가 미·중의 군사적 행동으로 일촉즉발의 긴장감에 휩싸였다. 미국이 정찰기를 띄우자 중국은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더니 급기야 미사일을 쐈다. 무력 충돌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미국이 대중(對中) 제재마저 한층 강화해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는 양상이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DF-26 중거리탄도미사일(MRBM)을 발사하고 있다. [사진 81.cn]

중국 인민해방군이 DF-26 중거리탄도미사일(MRBM)을 발사하고 있다. [사진 81.cn]

27일 중국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전날(26일) 오전 '항공모함 킬러'로 불리는 둥펑(DF)-26과 대함 탄도미사일인 DF-21 등 2발의 중거리 미사일을 남중국해로 발사했다. DF-26은 중국 북서부 칭하이에서 DF-21은 동부 저장에서 각각 발사돼 하이난과 파라셀 군도 사이에 떨어졌다고 한다.

美 U2 출격에 中, 탄도미사일 남중국해 발사 #美, 다시 코브라볼로 탄도미사일 궤적 감시 #中 관련 국영기업 24곳 무더기 제재 조치도

중국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25일 미군의 U2 정찰기가 비행금지구역에 들어온 데 따른 대응조치로 풀이된다. 중국 국방부는 25일 우첸(吳謙) 대변인 명의 성명을 통해 “미군의 U2 고고도정찰기가 중국 인민해방군이 실사격 훈련을 벌이고 있는 북부전구의 비행금지구역에 무단 침범해 정상적인 훈련에 막대한 차질을 초래했다”며 “중국군의 훈련을 방해하는 것은 물론 자칫 우발적 충돌 등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U2는 지상 25㎞의 성층권을 비행하며 지상의 지름 10㎝ 크기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성능을 지녔다. U2가 한 번 뜨면 군사적 움직임을 손바닥 보듯 관찰할 수 있어 중국이 강력 반발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U2 고고도 정찰기가 착륙을 위해 선회하고 있다.[연합뉴스]

U2 고고도 정찰기가 착륙을 위해 선회하고 있다.[연합뉴스]

중국 언론은 한발 더 나아가 격추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미 정찰기가 사고 예방을 위한 비행금지구역을 무단 침입한 건 범죄"라며 "실제 격추된다면 전적으로 미국 탓"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이 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단순 엄포가 아니라는 점을 곧바로 보여준 셈이다. 중국의 이날 DF 발사는 지난 4일 등 최근까지 남중국해에서 훈련을 진행한 로널드 레이건함의 미 항모전단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은 이에 굴하지 않고 다시 정찰기를 띄웠다.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이 중국의 탄도미사일 발사 후 남중국해 상공에 RC-135S(코브라볼)을 출격시켰다고 보도했다. 해당 정찰기는 최첨단 전자광학 장비로 원거리에서 탄도미사일의 궤적을 추적하는 데 활용된다. 중국의 탄도미사일 발사 정도는 막아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남중국해에서 일본 해상자위대와 연합훈련 중인 로널드 레이건함. [사진 미 해군]

남중국해에서 일본 해상자위대와 연합훈련 중인 로널드 레이건함. [사진 미 해군]

여기에 미국은 또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 기지화에 참여한 기업과 개인을 무더기로 제재하며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로이터통신은 미 국무부와 상무부가 26일(현지시간) 남중국해 군사기지 건설에 참여한 24곳의 중국 기업과 이에 연루된 개인들을 제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제재 대상 기업에는 중국교통건설(CCCC)의 일부 자회사를 포함해 광저우 하이거 커뮤니케이션 그룹, 중국전자기술그룹, 중국조선그룹 등이 포함됐다. 개인에 대한 제재는 비자 제한으로 남중국해 지역의 매립이나 군사 지역화, 인근 지역 자원 접근 억제에 관여한 중국인이 대상이다. 국무부는 "이들의 미국 입국이 허용되지 않을 것이며, 직계 가족도 비자 제한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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