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참석자 검사 권고 마지막날, 서울시 '대상자' 놓고 혼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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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정부 및 여당 규탄 관련 집회에서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정부 및 여당 규탄 관련 집회에서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화문 집회에 참석하지도 않았는데 코로나 검사를 받으라고 해서 온가족이 받았어요.”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지난 22일 아내와 아이 손을 잡고 서울 성북구 선별진료소에 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체 검사를 받기 위해서였다. 검사를 받은 아이는 울음을 터뜨렸다.

 이튿날 나온 결과는 전원 음성. 이씨는 "지난 15일에 가족과 광화문 인근을 방문했는데, 아내에게 '집회 참여한 분은 검사를 받고 결과 확인까진 집에 머물러 달라'는 문자가 왔다"며 "성북구청이 홈페이지에 집회 참석이 아니어도 인근 통행자도 검사를 받으라는 안내문을 올려놓은 것을 보고 검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선별진료소에서 광화문 단순 방문자로 시위대 근처에 간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검사대상에 광화문 일대 집회 참석자 혹은 단순방문하거나 집회 장소나 인근을 통행한 성북구민은 모두 검사를 받으라는 안내문을 보여줬다. 그는 "불안해서 받긴 했지만, 이 행정 명령대로라면 을지로 일대에 밥을 먹으러 간 사람도 모두 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의아해했다.

검사 권고 마지막 날 '검사 대상자' 조정

 서울시가 지난 25일 광화문 집회와 관련해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하는 '관리 대상자'를 조정하기로 했다. 공교롭게도 지난 15일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26일까지 검사를 받으라고 권고한 마지막 날을 하루 앞둔 상태에서다. 이날까지 검사를 받지 않다가 추후 확진되면 치료비용 전액과 추가 확산 시 방역비용에 대한 구상권이 청구된다.

 당초 서울시는 통신사 기지국 정보를 기반으로 정부에서 넘겨받은 1만577명의 명단을 분류해 검사 대상자 1823명을 추렸다. '검사 이행명령'을 내려 검사대상자의 가족과 지인 등 지난 24일 기준 5501명에 대한 검사를 진행했다. 광화문광장과 경복궁역, 안국역과 동화면세점 등 광화문과 을지로 일대에 30분 이상 머문 사람이 대상자가 됐다. 그렇다 보니 이씨처럼 인근 지역을 단순 방문하거나 광화문 일대에 불가피하게 당일 출근한 사람들조차 검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광화문 집회에 참석하지 않았더라도 접촉 가능성이 있어 검사를 권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울 양천구 거주자 A씨가 집회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당일 광화문 일대 커피숍을 방문한 뒤 확진된 바 있다는 것이다.

서울 은평구는 코로나19 관리 대상자인 광화문 집회 참석자에게 직접 코로나19 검체 검사를 받으라는 내용의 행정명령서를 전달했다. [사진 서울 은평구]

서울 은평구는 코로나19 관리 대상자인 광화문 집회 참석자에게 직접 코로나19 검체 검사를 받으라는 내용의 행정명령서를 전달했다. [사진 서울 은평구]

서울시 "15일 출근 입증하면 대상자 제외"

 하지만 서울시는 검사 권고일(26일)을 하루 앞둔 상황에서야 '관리대상자'를 다시 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광복절 당일 출근한 회사원을 비롯해 단순 이동자까지 검사 대상에 올리는 것은 과도한 조치가 아니냐"는 원성이 곳곳에서 쏟아져서다. 이에 서울시는 광화문 일대에 회사가 있고, 당일 출근을 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직장인에 한해 검사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25일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집회와 관련된 사람이 아닌 경우엔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관리대상 명단을 변경할 수 있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며 "집회 참석을 하지 않고 출근한 직장인 등에 대해선 증빙 시 검사에서 제외하도록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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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이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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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관리대상자 명단도 재점검

 서울시는 중앙사고수습본부로부터 받은 새 관리대상자 명단을 기존 코로나19 검사대상자 명단과 비교하기로 했다. 정부가 광화문 집회 참석 등을 위해 버스에 탑승한 사람들 명단을 포함해 사랑제일교회 역학조사 과정에서 파악한 명단 등 새 관리대상자가 될 수 있는 명단을 취합해 서울시 등 지자체에 내려보내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서울시는 "기존 관리대상자 명단과 비교해 중복 여부를 판단해 신규 검사 대상자가 있을 땐 검사를 받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유미 서울시 재난안전대책본부 방역통제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광복절 서울 광화문 집회로 지난 16일에 1명이 최초 확진된 이후 24일까지 42명, 25일에 3명이 추가로 확진돼 관련 확진자는 총 46명"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박 통제관은 광화문 집회와 별도로 당일 진행된 민주노총 집회를 의식한 듯 "8·15 도심 집회 참가자는 모두 가까운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반드시 검사를 받길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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