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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마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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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박진석 기자 중앙일보 기획취재담당
박진석 사회에디터

박진석 사회에디터

마오쩌둥(毛澤東)은 논쟁적 인간이다. 사후 40년이 지났지만 그를 둘러싼 논란과 공방은 끝없이 이어진다. 마오는 분명 한 알의 불씨로 광야를 불살랐던 불세출의 혁명가이자 군사전략가였다. 한 줌도 안 되는 게릴라 부대를 이끌고 인민이라는 물속으로 뛰어들어 결국 중국을 집어삼켰다. 18개의 산맥을 넘고 24개의 강을 건너 1만5000㎞를 내달린 대장정(大長征)의 신화, 옌안(延安)의 토굴집에서 부하들과 동고동락했던 ‘인민 장군’의 이미지는 혁명가로서의 그를 대변한다. 특히 미국 언론인 에드거 스노가 홍구(紅區)에서 혁명 지도자들과 인터뷰한 뒤 써낸 『중국의 붉은 별』은 전 세계에 마오를 긍정적으로 각인시켰다.

하지만 문화대혁명(문혁)의 격류를 헤쳐나온 작가 장융(張戎)은 『마오: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에서 스노가 잘 짜인 언론플레이에 이용당했다고 주장했다. 책 속의 마오는 혁명 시기에 가마를 타고 다니면서 차별화한 숙소에서 호화 생활을 한 인물로 묘사된다. 또한 권력 유지를 위해서라면 적과의 내통과 협잡도 마다치 않는 인물로 그려져 있다.

마오는 신중국 건국 이후에도 대약진운동, 문혁 등 극단적 이념 실험들로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특히 문혁은 68혁명과 맞물리면서 일부 서구 지식인들의 열광적 지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 결과물은 수천만 명의 희생과 인간성의 추락이라는 참담한 것이었다. 그를 국부(國父)로 추앙했던 중국공산당조차 마오의 과오를 부인하지 못했다.

그랬던 마오가 엉뚱한 이유로 다시 회자되고 있다. 한 연예인이 TV에서 ‘마오’라는 예명 후보를 언급했다가 중국 네티즌의 뭇매를 맞으면서다. 그 마오를 마오쩌둥이라 단정한 자기중심적 사고도 어이없거니와 21세기 대명천지에 기휘(忌諱)를 요구한 행태는 더더욱 황당하다. 더욱 놀라운 건 중국 네티즌에게서 단 하나의 이론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일사불란하게 터져 나온 마오 찬양론이었다. 논쟁적 인물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와 주장을 접할 수 없는 폐쇄사회에서 성장했기 때문이라 생각하니 안타깝기까지 하다.

이럴 때마다 백화제방(百花齊放)의 대한민국에서 산다는 게 새삼 축복으로 다가온다. ‘다른 목소리’에 대한 경청과 관용의 분위기가 점점 약해지는 듯해 아쉽긴 하지만 말이다.

박진석 사회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