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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 확진자 오전 오후 말바꾼 정세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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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가 2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2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24일 “재정당국을 맡고 있는 입장에서 보면 2차 재난지원금 지원은 1차 때와 같은 형태로 이뤄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2차 재난지원금에 대해 묻는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이번주 코로나 동향을 좀 봐야할 것 같다. 지금은 방역에 집중할 때”라며 이같이 답했다. 1차 때처럼 전국민에게 지급하는 방식은 어렵다는 취지다.

홍 부총리는 “앞으로 재난지원금을 주게 된다면 100% 국채발행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재정 문제를 이유로 들었다. “1차 때는 14조원 이상을 지급하면서 중앙정부가 12조2000억원을 지급, 기존 예산을 10조원 이상 구조조정했다.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만큼은 해 추가적으로 해도 큰 재원을 모으기 어렵다”는 게 홍 부총리 설명이다. 공무원 임금 삭감을 통한 재원 마련 주장과 관련해서도 “공무원 인건비의 80%를 차지하는 하위직 보수를 삭감해야 한다”며 난색을 표했다.

김민석 의원은 “전국민이 아니라 선별 지원할 때 (선별에) 날짜가 며칠이나 더 걸리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홍 부총리는 “50~70% 지원을 말씀하신 것 같은데, 일정 계층에 다 주는 것보다 어려운 계층에 맞춤형으로 주는 게 맞는다고 본다”면서도 “그런 건(맞춤형 지원은) 3차 추경에서 마련한 긴급 고용안정지원금을 통해 150만 명이 지급을 받고 있다. 이게 대표적인 선별지원 아니냐”고 답했다.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오종택 기자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오종택 기자

홍 부총리가 미온적 반응을 보이자, 여당에서는 “재정 논리가 아니라 실물경제를 담당하는 부처와 연계했으면 한다”(백혜련 민주당 의원)는 불만이 나왔다. 재정 논리에 얽매어 돈을 제 때 풀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취지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역시 “재난지원금이 소상공인의 매출에 굉장히 큰 영향을 미쳤다. 8월초까지 매출액이 90%까지 회복됐다. 여기서 많이 나빠진다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홍 부총리는 “재난지원금을 예전 1차처럼 지금 상황에서 똑같이 지급하는 게 맞느냐, 효과가 있느냐에 의견을 달리한다”며 실효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홍 부총리는 1차 재난지원금의 정책효과에 대해 “14조원을 지원해 실질 소비로 이어지는 실질 정책효과는 (지원액의) 3분의 1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지금은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는 양상”이라며 “(현재는) 1차 때보다는 경제 여건이 전체적 측면에서 아직은 조금 더 양호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이번 일주일 동향이 관건”이라고 덧붙했다.

코로나 확산 책임을 둘러싼 여야간 공방도 나왔다. 김한정 민주당 의원이 “전광훈 목사의 교회가 수도권 확산의 주범이 되고 국민 공포의 대상이 됐다. 조력자·비호자·추종자가 세력화돼 반국가·반사회 범죄집단화하고 있다. 왜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나”고 발언하자 장내에 소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박성민 미래통합당 의원은 “코로나19로 국가가 파탄 지경에 이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가 어느 단체 때문에 이렇게 됐느니 보수니 이런 정치적 뉘앙스를 풍기는데 바람직한 발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온 국민을 하나로 뭉쳐서 위기를 극복할 결의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민주노총에서 확진자가 나오면서 이를 둘러싼 문답 역시 이어졌다. 배준영 통합당 의원은 “8.15 집회 참가자를 전원 조사해야 한다고 했는데 확진자가 나온 민주노총도 그렇게 할 거냐”고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물었다. 정 총리는 “민주노총 집회에서는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나왔다고 하더라도) 얼마나 나왔느냐가 중요하고 역학조사관 의견을 존중하는 게 옳다. 제안이 없으면 검사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민주노총 확진자 관련 논란이 이어지자 오후 10시쯤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걸로 안다”는 기존 발언을 번복했다. 정 총리는 예결위 추가질의에서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민주노총도 조사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는데 동의하느냐”는 배준영 의원 질문에 “한 명의 확진자가 있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해당 확진자가 포함된 단위노조에는 65명이 소속돼있는데, 그 65명에 대해 진단검사를 모두 했지만 음성이 나왔다”고 덧붙였다.

“무주택자는 지금 집을 사야 하느냐”(이용호 무소속 의원)며 부동산 문제와 관련한 도발적 질문도 나왔다. 홍 부총리는 이에 대해 “서울 아파트값은 안정세에 접어들었고 강남4구는 상승세가 0%”라며 “과도하게 오른 집값은 더 떨어지는 게 바람직하다. (사고 파는 문제는) 개인이 판단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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