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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 씨앗' 미리 떼어내는 수술 등장

중앙일보

입력

지놈혁명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분야가 예측의학이다. 지금까지 암이나 심장병 등 난치병 극복의 최선은 조기발견.

내시경으로 암세포를 발견하자마자 떼어내는 방식이다. 그러나 지놈혁명으로 각종 질병 유전자가 밝혀지면서 예방목적의 암수술도 등장하고 있다.

의사의 눈에 보이진 않지만 암세포의 씨앗을 미연에 제거하자는 것.

미국의 의학잡지 NEJM은 최근 5명의 유전성 위암 환자를 예방 목적으로 수술한 캐나다 연구진의 결과를 게재했다. 22~40세의 나이로 위암을 의심할 만한 증상이 전혀 없었고 내시경 검사에서도 정상이었지만 위장을 잘라낸 것.

이유는 이들에게서 위암에 관여하는 에카드린이란 위암유전자가 발견됐기 때문.

에카드린 위암유전자는 50%의 확률로 부모에서 자녀에게 대물림되며 1998년 뉴질랜드 마오리족에게서 처음 발견됐다. 에카드린 위암유전자가 있는 경우 70~80%의 확률로 위암이 발생하며 전체 위암의 5% 내외에서 이 유전자가 관여한다.

NEJM에 따르면 이들 5명의 잘라낸 암조직을 현미경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모두의 위장 점막에서 암세포가 발견됐다. 만일 그대로 뒀다면 1백% 위암으로 자라게 된다.

예방 목적으로 멀쩡한 장기를 잘라내는 수술은 국내의 경우 대장에 수백개의 폴립이 생기는 가족성 용종증(茸腫症)에 국한된다. 가족성 용종증은 수년 후 1백% 대장암으로 악화된다.

그러나 미국에선 유방암유전자 BRCA가 있을 경우 예방 목적으로 유방을 잘라내는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50세 여성에서 BRCA가 발견될 경우 장래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50%라는 것.

하지만 예방 목적의 암수술은 신중해야한다. 잘라냈지만 암세포가 없거나 앞으로 암이 안 생길 수도 있기 때문. 에카드린이나 BRCA 등 암 유전자가 발견되더라도 직계 가족 내에 동일 부위 암 발생 환자가 서너명 이상 발생하는 등 강한 유전성이 관찰돼야 한다는 것.

삼성제일병원 내과 한인권 교수는 "지놈혁명으로 각종 암 관련 유전자가 속속 규명되고 발생확률을 정확하게 예측하게 되면 예방 목적의 암수술이 늘 것"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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