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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 많았던 광화문 집회 '뇌관'···중환자도 늘기 시작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정부 및 여당 규탄 관련 집회에서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정부 및 여당 규탄 관련 집회에서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와 15일 서울 광화문 집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국 확산의 '뇌관'이 되고 있다.
21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환자는 총 324명 나왔다. 해외 유입(9명)을 뺀 315명이 국내 지역사회 감염 사례다. 하루 신규 환자가 300명 넘게 나온 건 대구 신천지교회 집단감염 초기였던 3월 8일(367명) 이후 5개월여 만이다. 국내 총 누적 확진자는 1만6670명이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5개월 전으로 돌아갔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5개월 전으로 돌아갔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특히 이날 신규 환자는 제주를 뺀 16개 시·도에서 모두 나왔다.
국내 지역 환자 315명 중 244명이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 집중됐지만 충남(11명), 강원(9명), 부산(8명) 등 비수도권에서도 71명이 나왔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총괄조정관은 오전 브리핑에서 "지난 2~3월 대구 집단감염 이후 국내 신규환자가 처음 300명을 넘어서 엄중한 상황"이라며 "그간 환자가 많지 않은 지역에서도 10명 내외로 발생해 수도권의 유행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김 조정관은 "코로나 잠복기 등을 고려하면 사랑제일교회, 광복절 집회 등에서 이어지는 집단감염이 이제부터 본격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20일 광주광역시 서구 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20일 광주광역시 서구 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광화문 집회발 확진자 18명→71명 

실제 사랑제일교회와 관련 없는 광화문 집회 발(發) 환자가 계속 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은 지난 15일 광화문 집회 관련해 이날 53명이 추가 확진돼 누적 확진자가 71명이라고 밝혔다. 전날 18명에서 4배 가까이 늘었다. 71명 확진자는 집회 참가자가 67명이고, 집회에 대응했던 경찰이 4명이다.

정은경 방대본부장은 경찰이 확진된 것과 관련해 "집회에 참여한 경찰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집회 참가자와 밀접 접촉을 통해 마스크가 벗겨지거나 손 접촉 등이 발생했을 수 있다"며 "심층 조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국은 광화문 집회 관련 환자가 주말을 거치며 전국에서 계속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15일 광화문 집회엔 버스 대절을 통해 전국 각지에서 모였고, 그날 집회를 통해 감염 증폭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부는 15일 광화문 인근 통신 3사 기지국 정보를 통해 해당 지역에 30분 이상 체류했던 1만5000여 명의 정보를 확보하고, 이들에게 검사를 즉시 받을 것을 안내하고 있다.

수도권 교회 등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는 21일 오후 서울 성북구보건소에서 의료진이 한 시민에게 코로나19 검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수도권 교회 등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는 21일 오후 서울 성북구보건소에서 의료진이 한 시민에게 코로나19 검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사랑제일교회 확진자 총 732명 

서울 사랑제일교회 관련 환자는 전날 낮 12시 대비 56명이 추가돼 누적 총 732명이다. 서울(451명), 경기(196명) 등 수도권이 대부분이다.

사랑제일교회 발 2차 이상 감염이 발생한 장소는 총 19곳으로, 이들 장소에서 발생한 확진자만 총 99명이다. 서울 노원구 안디옥교회(20명), 경기 가평 청평창대교회(11명), 롯데홈쇼핑 신한생명 보험 콜센터(10명) 등이다.

당국은 사랑제일교회 환자가 고령층이 많아 예의주시하고 있다. 코로나19는 60대 이상 고령이거나 폐렴 등 기저질환이 있을 경우 증상이 악화될 수 있어서다. 코로나19 치명률(20일 기준)은 전체 평균 1.85%지만 70대는 8.1%, 80세 이상은 23.5%로 확 올라간다.

사랑제일교회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이어지고 있는 21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의 첨탑이 보인다. 뉴스1

사랑제일교회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이어지고 있는 21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의 첨탑이 보인다. 뉴스1

정 본부장은 "사랑제일교회 확진자의 연령 분포를 보면 60대가 211명으로 28.6%으로 가장 많고, 70대 이상이 96명(13%)으로 고령자 비율이 높다"고 우려했다. 그 다음은 50대 159명(21.5%), 40대 73명(9.9%) 순이다.

코로나 중환자도 늘기 시작 

특히 이날 코로나19 중환자가 크게 늘자, 방역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최근 수도권에서 코로나 환자가 폭증하면서 방역 당국이 가장 우려했던 일이다.

방대본에 따르면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는 21일 0시 기준 18명이다. 전날 대비 6명이나 늘었다. 또 사망자도 2명 발생해 누적 사망자가 309명이 됐다.

방대본은 사망자 2명 관련해, 한 명은 확진 후 한 달 정도 입원 치료 후 사망한 사례라고 말했다. 나머지 한 명은 지난 19일 진단검사를 받고 다음날 확진 판정을 받았으나, 그 사이 자택에서 상태가 악화돼 사망한 상태로 발견된 경기도 70대 환자다.

8월 이후 코로나 신규 확진자.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8월 이후 코로나 신규 확진자.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곽진 방대본 환자관리팀장은 "이 70대 환자는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의 접촉자였다"고 말했다.

곽 팀장은 전날 대비 위·중증 환자가 크게 늘어난 것과 관련해 "기존 중환자로 있다가 어제 사망한 한 분을 포함하면 7명이 전날 대비 신규 중환자로 잡혔다"며 "7명 중 4명은 확진 일자가 12일, 13일 등 대략 확진 후 일주일 정도가 경과한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신규 환자 발생이 증가하고 신규 중환자 발생이 증가하는 게 대략 일주일~열흘 정도 되는데, 최근 신규 환자가 증가한 게 12~13일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신규 중환자가 증가하는 시기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17일 오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사택을 나와 성북보건소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17일 오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사택을 나와 성북보건소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감염병 전문가들도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중환자가 늘어날 가능성을 우려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는 "기저질환이 있거나 고령층의 경우 중증으로 진행하는 데 한 일주일 정도 걸린다"며 "이번 주는 확진 초기여서 증상이 경미했더라도 주말을 지나며 증상이 나빠지는 환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역 당국 입장에선 신규 환자와 더불어 중환자까지 느는 게 최악의 시나리오다.

정은경 본부장은 "현재 유행 규모와 확산 속도는 방역조치만으로 억제하는 데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며 "사람 간 접촉을 줄여 전파고리를 끊지 않으면 기하급수적인 확진자 급증으로 유럽이나 미국이 겪고 있는 대량 환자 사망자 발생, 의료시스템 붕괴, 경제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위기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향후 2주간은 출퇴근, 병원 방문 등 꼭 필요한 외출 외에는 집에 머물러달라"며 "불요불급한 모임, 회식, 단체행사는 취소해 주길 바란다"고 거듭 당부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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