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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어든 등교에 학력격차 걱정, 은퇴·예비교사도 투입한다는데...

중앙일보

입력

지난 5월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뉴스1

지난 5월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뉴스1

서울시교육청이 원격수업 확대로 예상되는 학력 격차를 막기 위해 멘토링·자료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2학기에도 대면 수업이 어려울 것으로 보여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19일 서울시교육청은 교육격차 해소방안 계획을 발표했다. 2학기 원격수업 진행으로 빚어질 수 있는 학생 간의 학력 격차를 줄이기 위한 대책을 담았다. 2학기에 수도권 유치원과 초·중학교는 전교생의 3분의 1만 등교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한 성북·강북구 등 일부 지역은 현재 전면 원격수업으로 전환된 상황이다.

이런 대책을 내놓은 배경에는 원격수업에 따른 학력 격차가 있다. 1학기 때 코로나19 확산으로 개학이 미뤄지고, 등교일이 줄면서 중위권 이하 학생의 성적이 떨어지는 양상을 보였다. 현장에서는 학습 습관이 갖춰진 상위권 학생과 달리 중하위권 학생의 학습 부진이 심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벌어진 학력 격차는 성적으로도 드러난다. 지난 6월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 채점 결과 절대평가인 영어 과목 1등급을 맞은 학생은 지난해보다 수능 때보다 1%포인트 늘었지만, 중위권인 2~4등급은 크게 줄었다. 6등급 이하 하위권은 급증했다.

원격수업 자료 보급…방과 후·휴일 보충 학습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달 6일 오후 서울 강북구 서울사이버대학교를 방문해 원격수업 현장을 둘러본 보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제공[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달 6일 오후 서울 강북구 서울사이버대학교를 방문해 원격수업 현장을 둘러본 보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제공[

이날 서울시교육청은 유치원과 학교에 원격수업 콘텐트를 보급한다고 밝혔다. 유치원에는 11개 교육지원청의 원격수업지원단이 만든 놀이 중심의 원격수업 자료를 제공한다. 교육청은 원격수업에 즉시 활용 가능한 178개의 영상 및 활동 자료를 홈페이지에 게시할 예정이다.

초·중·고등학교에도 영상 자료를 지속해서 보급한다. 1학기 때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갑작스럽게 원격수업이 결정되면서 학교들이 콘텐트 부족에 시달린 경험이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수업 자료 부족을 막기 위해 자체 개발 자료를 계속해서 제공한다고 밝혔다.

학력 격차 문제가 두드러진 취약계층 학생을 대상으로 한 대책도 내놨다. 관내 모든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기초학력 책임 지도제'를 시행한다. 학생 맞춤식 온·오프라인 수업을 하고 학교당 800~2000만원의 예산을 지원한다. 1학기에 공립초에서 방과 후·휴일에 운영한 기초학력 보장 수업을 2학기에도 진행한다.

예비·은퇴교사 투입한다는데 '사교육 쏠림' 우려도

지난 17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서울숲길 성수고등학교에서 한 학생이 교문을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지난 17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서울숲길 성수고등학교에서 한 학생이 교문을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취약계층 학생 멘토링에 예비 교사와 퇴직 교사도 투입한다. 서울에 있는 사범대생 170명을 뽑아 중학생의 원격수업을 1대1로 돕는 학습서포터즈를 운영한다. 퇴직한 교사 50명을 선발해 난독과 경계선 장애 등으로 학습이 어려운 학생을 지원하는 학습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서울시교육청이 학력 격차 확대를 막기 위한 대책을 내놨지만, 원격 수업 중심의 교육 환경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결국 학교에 오는 날이 줄면 중위권 이하 학생들은 공부를 멀리하게 된다"면서 "하위권일수록 대면 수업이 중요한데 코로나19 때문에 여의치 않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학습 공백을 우려한 학생들이 사교육으로 더 몰릴 가능성도 있다. 경기도에 사는 학부모 김모(37)씨는 "1학기 때도 게임만 하고 공부를 안 해서, 인터넷강의라도 듣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 학원 업계 관계자는 "불모지였던 초·중학교 인터넷강의 매출이 3배 이상 뛰었다"면서 "2학기에도 수요는 더 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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