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이 창당 후 처음으로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을 앞질렀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의 17일 발표에 따르면 통합당 지지율은 36.3%로 민주당(34.8%)을 1.5%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특히 재보궐 선거를 앞둔 서울에선 통합당 39.9%로 31.2%를 기록한 민주당을 8.7%포인트 차이로 따돌렸다. 이런 지지율 추이에 대해 “부동산 등 정책 실패에 따른 반사이익”이라는 해석이 많지만 “김 위원장이 취임 78일 만에 통합당을 탈바꿈시켰다”는 평가도 못잖다.
‘기본소득, 호남 껴안기’ 선수 치기 달인?
김 위원장의 당 운영 스타일은 ‘선수 치기’로 요약된다. 추경, 기본소득 등 진보 진영의 어젠다를 과감하게 선점하는 동시에, 여론이 돌아선 이슈는 과감하게 손절매한다.
총선 전후로 이슈가 됐던 재난 지원금의 경우 야당 내에서 가타부타 말이 많았지만, 김 위원장은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잘랐다. 비대위원장에 취임해선 한술 더 떠 “기본소득을 도입해야 한다”고 치고 나섰다. 과거 통합당 지도부가 ‘반(反) 문재인’ 전선에 올인했던 것과 다르다. 당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불필요한 다툼은 시작도 말라는 게 김 위원장의 일관된 원칙”이라고 전했다.
김 위원장의 선수 치기가 민주당이 짠 ‘프레임’을 벗어나게끔 하는 효과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집값 폭등 당시 여당이 ‘행정수도 이전’ 카드를 꺼내 들자 김 위원장은 판에 박힌 ‘여당 규탄’ 대신 “수도 이전을 하고 싶으면 서울시장 재보궐 때 민주당 공약으로 내라”고 역공했다. 지난 10일에는 수해 피해가 커지자 “호남에서 수해복구를 하자”며 당 지도부를 이끌고 호남으로 향했다. 당 관계자는 “반신반의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론 여당보다 한발 앞서 호남을 다독였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어르신 온다는데…” 의외의 ‘주호영 궁합’
주호영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와의 호흡도 아직까진 합격점이다. 6월만 해도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었다. 영남 5선인 주 원내대표와 김 위원장이 힘겨루기하지 않겠냐는 우려였다. 하지만 상임위 독식 등 거여(巨與)의 ‘몰아치기’에 주 원내대표가 휘청하자 오히려 두 사람의 ‘케미(조화와 호흡)’가 빛을 발했다. 한 관계자는 당시 일화를 이렇게 소개했다.
“여당과의 갈등이 치닫던 지난 6월, 김 위원장이 ‘주 원내대표가 칩거하는 경북 불영사를 찾겠다’고 했다. 이 소식을 들은 주 원내대표는 ‘어르신이 오기엔 먼 길인데…’라며 짐을 싸서 충북 법주사까지 올라갔다. 이날 김 위원장은 ‘원내대표는 최선을 다했다. 상임위원장을 다 줘도 된다’며 주 원내대표의 짐을 덜어줬다.”
김 위원장과 원내 지도부는 이른바 ‘아스팔트 우파’와 선을 그어야 한다는 공감대도 있다고 한다. 한 원내 인사는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태극기 부대나 보수 유튜버들과 거리를 두는 데 힘을 실어줬다”며 “8월 초 의총에서 일부 중진들이 장외 투쟁을 주장하자 김 위원장은 ‘내 임기 내에서 그럴 일은 없다’고 잠재운 일이 있었다”고 전했다.
“제발 쓸데없는 소리 말라” 메시지 컨트롤
부동산값 폭등과 수해가 터지자 김 위원장은 “여당이 위기일 때 우리가 흥분하면 실수가 나온다”며 말을 아끼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앞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이 불거졌을 때 정원석 비대위원이 ‘섹스 스캔들’ 발언으로 구설에 오르자 김 위원장은 곧바로 ‘활동중단 2개월’ 징계로 논란을 진화한 일도 있다.
한 전직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세월호 막말’ ‘N번방 발언’ 등으로 자책골을 넣은 걸 생각하면 같은 당이 맞나 싶을 정도”라며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당이 진열 정비를 잘하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