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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벗고 노래하고 밥 먹고…'코로나 숙주' 지목된 교회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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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경기도 용인 보정동 우리제일교회에 출입금지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경기도 용인 보정동 우리제일교회에 출입금지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예배 마치면 식사도 하고 가세요.”

16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광진구의 한 교회에선 집사가 계속해서 신도에게 점심을 독려했다. 서울시·경기도가 이날부터 2주간 교회 등 종교시설에 집합제한 행정명령을 내렸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행정명령에 따르면 교회에선 소모임·식사 제공을 할 수 없고 정규예배만 진행할 수 있다.

16일부터 서울ㆍ경기지역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 수준으로 강화했지만, 교회 곳곳에서 방역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마스크 쓰지 않고 노래하기’ ‘단체 식사’ 같이 금지한 상황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교회 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는 상황에서다.

마스크 벗고 ‘아멘’

집단감염이 일어난 경기도 용인 우리제일교회. 채혜선 기자

집단감염이 일어난 경기도 용인 우리제일교회. 채혜선 기자

이날 서울 광진구 소재 교회 7곳을 확인한 결과, 대부분 거리 두고 앉기, 마스크 쓰기는 잘 이행했다. 하지만 3곳이 발열 체크를 하지 않았다. 2곳은 점심까지 제공했다. 한 교회 관계자에게 예배 참석 가능 여부를 묻자 “외부인은 불가능하다”면서도 “예배 후 점심을 제공하는데, 함께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다른 한 곳도 밥과 국, 3가지 반찬을 음식으로 제공했다. 260석 규모 식당 의자 절반에 ‘착석금지’라고 적혀있었지만, 교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점심을 했다.

경기도 내 교회 일부도 방역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이날 오전 경기도 수원에 있는 한 대형 교회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교인의 입장을 제한했지만, 예배당 내 상황은 달랐다. 예배를 이끄는 찬양대 10명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노래를 불렀다. 대표기도를 하는 남성 장로와 담임목사 역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인도자와 담임목사는 찬양 중간중간 ‘아멘’ ‘할렐루야’를 크게 외치며 교인들의 호응을 유도하기도 했다.

소규모 교회는 상황이 더 심각했다. 경기도 용인 기흥구에 있는 한 소형교회는 입장 시 발열 여부를 확인하거나, 출입 명부를 적도록 하지 않았다. 식사를 준다는 곳도 있었다. 이날 용인 한 소형교회 문 앞에는 오전 11시 예배 후 중식을 준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전신 가림막 설치한 교회도 

16일 오후 수원중앙침례교회에서 인도자가 전신 가림막 앞에서 성가를 부르고 있다. [수원중앙침례교회 제공]

16일 오후 수원중앙침례교회에서 인도자가 전신 가림막 앞에서 성가를 부르고 있다. [수원중앙침례교회 제공]

방역 지침을 지키려 노력하는 곳도 있었다.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순복음교회는 1만2000여 석 중 10%인 1200여 명만 입장을 허용했다. 입장을 3000여명으로 제한한 1단계 거리두기 보다 강한 기준을 적용했다. 명성교회, 사랑의교회 같은 대형교회도 이날 일정대로 예배를 진행했지만, 방역 지침은 잘 따른 편이었다. 사랑의교회는 오전 10시 예배를 앞두고 신도가 몰려 북적거렸지만 '방역 게이트'를 입구에 설치해 드나드는 모든 교인에게 소독액을 분사하는 등 방역을 강화했다.

질병관리본부가 방역지침 준수 모범사례로 꼽은 곳도 있다. 이날 오후 1시 50분 수원중앙침례교회 4부 예배에서 강대상 위 찬양대 5명은 모두 마스크를 썼다. 춤을 추는 댄스팀 4명도 마찬가지였다. 기타를 들고 찬양을 이끄는 인도자는 마스크를 쓰지 않았지만, 그의 앞에는 전신 가림막을 설치했다. 교인 9000여명에 이르는 이 교회는 지난 6월 신도 중 확진자가 나왔으나 추가 감염으로 번지지 않았다. 교회 관계자는 “문화체육관광부나 경기도 등에서 방역 수칙에 대한 문의가 계속 들어오고 있다”며 “집단감염 뇌관으로 교회가 지목되면서 교계에서는 억울하다는 반응도 나오는 데 아니라고 본다. 기본만 철저히 지키면 된다”고 말했다.

누적 확진자가 이날 오후 3시 기준 126명을 기록한 용인 우리제일교회는 다수가 모여 찬송하고 함께 식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제일교회 인근 60대 주민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찬송했다는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왜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너무 불안하다”고 말했다

권혜림·채혜선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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