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2채 1년간 월세 6000만원 받는데, 보유세는 1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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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서울 강남에 84㎡(이하 전용면적) 아파트 두 채를 세놓고 있는 70대 김모씨. 요즘 계속 보유할지, 처분할지 고민에 빠졌다. 내년부터 급격히 늘어날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부담 때문이다. 이제까지는 두 채 월세를 받아 보유세를 충분히 냈지만, 내년부터 세금 내기에 턱없이 모자랄 것으로 예상한다.

내년 확 느는 다주택자 세 부담 #종부세율 최고 2배까지 높아져 #강북도 월세 받아 세금 내기 벅차 #집 팔자니 6월부터 양도세 중과

김씨의 월세 수입은 연간 총 6000만원(월 500만원)이다. 올해 공시가격 상승으로 보유세가 꽤 늘어난 5100만원이어도 충분히 충당할 수 있다. 그러나 내년 공시가격 변동이 없더라도 지난 7·10대책으로 세율이 확 오르면서 보유세가 올해의 2배에 가까운 1억여원으로 급등한다.

다주택자 월세 수입과 보유세.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다주택자 월세 수입과 보유세.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재산세는 1180만원 그대로지만 종부세는 2배가 넘는 8980만원이다. 김씨는 “은퇴해 고정적인 수입이 별로 없는데 세금을 내기 위해 생돈 4000만원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징벌적이라는 지적을 받는 7·10대책의 종부세 강화로 다주택자가 갈림길에 섰다. 임대수입으로 더는 세금을 감당하기 어려워지면서 강한 처분 압박을 받고 있다. 7·10대책에 따라 내년부터 다주택자 종부세 세율이 0.6~3.2%에서 1.2~6%로 최고 2배로 올라간다. 종부세법 개정안이 이달 초 국회를 통과해 내년부터 시행된다.

강남에서 한 채를 임대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114㎡에 살며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59㎡를 월세 270만원(보증금 1억원)에 임대한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경우 올해 반포자이 보유세가 2300만원이고, 연 월세 수입이 3240만원이다. 세금을 내고 1000만원가량 남는다.

그러나 내년엔 보유세가 4600만원으로 크게 늘어 월세 수입보다 1400만원 정도 많다. 여기다 거주하는 아파트 보유세도 9000만원 내야 한다. 월세를 빼고 납부해야 할 총 보유세는 올해 3600만원에서 내년 이후 1억원이 넘는다.

7·10대책 후 증여 급증했다가 주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7·10대책 후 증여 급증했다가 주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집값이 상대적으로 낮아 보유세 부담이 강남보다 적은 강북 다주택자도 내년부터 월세로 세금 내기가 벅차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114㎡에 살면서 올해 서울 평균 공시가격(4억4000만원)에 해당하는 주택 2채를 월세 총 180만원에 임대하는 경우를 보자. 연간 월세 수입이 2160만원으로 올해 본인이 거주하는 집을 포함한 보유세 2000여만원을 충당할 수 있다. 내년엔 같은 공시가격의 보유세가 4000만원으로 올라 어림없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세금이 몇천만원 나와도 집값이 몇억 올랐기 때문에 걱정이 없었지만 보유세가 매년 1억원이 넘으면 버텨낼 다주택자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급증했던 증여는 한풀 꺾일 것으로 예상된다. 7·10대책 이후 보유세 부담을 줄이려는 증여가 급증했다가 증여 취득세 인상(4→12%)으로 증여 붐이 한풀 꺾였다. 매도도 고민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다주택자가 지금 집을 팔면 양도세 중과(2주택 10%포인트, 3주택 이상 20% 포인트 가산)가 기다리고 있다. 이마저도 내년 6월부터는 중과 세율이 다시 10%포인트씩 더 올라간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 10억원 돌파=12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2020년 7월 말 기준 서울 아파트의 가구당 평균 매매가격은 10억509만원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는 동시에 처음으로 10억원을 돌파했다. 2013년 5억원 초반에 머물던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7년 만에 2배가량 뛰었다. 자치구별로 보면 강남구가 20억1776만원으로 최초로 20억원을 돌파했다. 강남 3구에 속하는 서초구(19억5434만원)와 송파구(14억7738만원)도 크게 올랐다.

안장원·정혜정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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