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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못 가 돈 굳었다, 안마의자 사자"

중앙일보

입력

덴마크 명품 오디오 브랜드 뱅앤올룹슨의 대표 무선스피커. 사진 뱅앤올룹슨

덴마크 명품 오디오 브랜드 뱅앤올룹슨의 대표 무선스피커. 사진 뱅앤올룹슨

직장인 신 모(37) 씨는 올여름 유럽 여행을 포기한 대신 300만 원짜리 뱅앤올룹슨 스피커를 장만했다. 몇 년 전부터 좋은 스피커를 사고 싶었는데 여행 대신 모은 여윳돈으로 호사를 누리기로 한 것이다. 그는 “집에서 반년째 넷플릭스만 보면서 휴일을 보냈는데, 최근 클래식을 듣는 등 실내 취미 활동이 다양해졌다”며 “코로나 블루(우울감)를 해소하는 나름의 방법을 모색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집에서 일하고, 공부하고, 드라마·영화뿐 아니라 콘서트까지 즐기는 ‘집콕’ 트렌드 또는 ‘홈코노미’(집안에서 소비하는 상품·서비스)가 확산하고 있다. 덕분에 가전·인테리어 상품도 잘 팔리고 있다.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을 위해 노트북은 필수고, 영화관에 온 듯한 기분을 내려면 4K· 8K 등 고해상도 TV 하나쯤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헬스장·필라테스 수업을 못 가 찌뿌둥한 기분은 안마의자로 달래고 있다.

TV 25%, 안마의자 18% 더 팔려  

코로나19 이후 가전제품 매출 증가.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코로나19 이후 가전제품 매출 증가.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대형마트 이마트는 지난 2월부터 이달 11일까지 TV와 안마의자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25%, 18% 늘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컴퓨터 매출은 2% 증가했다. 전자랜드는 지난 2월부터 이달 6일까지 컴퓨터 매출이 56% 늘었다고 했다. TV와 안마의자는 각각 11%, 9% 증가했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올해 해외여행을 포기한 소비자들이 65인치 8K 고해상도 TV로 기존 제품을 업그레이드하거나, 처음으로 안마의자를 사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인테리어 시장의 비수기로 꼽히는 여름철이지만 휴가를 집에서 보내는 ‘홈캉스족’이 늘면서 가구 혹은 인테리어 제품 판매도 늘었다. 신세계그룹 가구업체 까사미아에 따르면, 지난달 리뉴얼해 선보인 온라인 쇼핑몰 굳닷컴의 매출은 한 달 만에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41% 증가했다. 그중 소파 매출이 215%로 가장 크게 늘었고, 카펫·쿠션·이불 등 패브릭과 화병·수납장 등의 매출은 166% 증가했다.

덕분에 가구업계 실적은 날개를 달았다. 국내 가구업계의 대표주자인 한샘과 현대리바트의 올해 매출은 3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한샘과 현대리바트의 올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7~19% 증가한 1조98억원, 722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더 좋았다. 한샘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402억원으로 49% 뛰었다. 현대리바트도 이 기간 영업이익이 57% 늘어난 249억원을 기록했다.

풀무원, 가전 렌털 사업 진출    

풀무원건강생활이 10일 출시한 온열 테라피 안마의자. 사진 풀무원건강생활 제공

풀무원건강생활이 10일 출시한 온열 테라피 안마의자. 사진 풀무원건강생활 제공

이러한 홈코노미 성장세에 힘입어 식품업체 풀무원은 10일 건강 가전 렌털 사업에 출사표를 던졌다. 첫 상품은 온열 안마의자로, 가격은 550만원, 렌털료는 월 9만9000원이다. 60개월 납부 방식의 최초 등록비는 10만원이다. 풀무원건강생활 관계자는 “코로나 19시대를 맞아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은 소비자를 겨냥해 대표 휴식 가전인 안마의자를 출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자랜드는 오는 31일까지 ‘인하우스 패키지’ 프로모션을 진행해 TV·조립PC·안마의자 중 두 가지 품목 이상을 구매한 소비자에게 스트리밍 서비스 왓챠의 1년 기본 이용권을 증정한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인테리어 목적으로 소파, 침구류를 교체하는 것뿐 아니라 업무를 위해 책상과 노트북, 밥을 차리기 위해 주방기구를 새로 사는 수요도 확대됐다”며 “부동산 규제로 노후 주택을 고쳐 쓰는 리모델링 관련 매출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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