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부산 지하차도 수사 경찰, 동구청 압수수색…“침수 초동대처 자료 필요”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30일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에서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 등이 일주일 전 폭우에 지하차도가 침수된 원인을 규명하는 현장 정밀감식을 벌이고 있다. 송봉근 기자

지난달 30일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에서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 등이 일주일 전 폭우에 지하차도가 침수된 원인을 규명하는 현장 정밀감식을 벌이고 있다. 송봉근 기자

3명의 사망자를 낸 부산 초량 지하차도 침수사고를 수사중인 경찰이 부산소방본부에 이어 부산 동구청을 10일 압수수색했다.

부산경찰청 10일 오전 9시40분부터 부산 동구청 압수수색 #지하차도 침수 당시 초동대처 상황 관련 자료 확보 차원 #경찰 동구청에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적용에 무게

부산경찰청은 이날 오전 9시 40분쯤부터 부산 동구청 관련 부서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동구청이 경찰이 요구한 자료를 제대로 주지 않고, 수사 과정에서 압수수색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날 오전부터 압수수색에 나섰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하차도 침수 당시 부산 동구청의 초동대처 상황 관련 자료 등을 확보하기 위해 압수수색에 나섰다고 한다.

초량 지하차도 관리와 통제는 관할 지자체인 부산 동구청이 맡는다. 경찰은 이번 침수사고 전 지하차도 통제 매뉴얼이 있는데도 동구청이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행전안전부의 ‘지하차도 침수대비 매뉴얼’에 따르면 침수위험 2등급의 지하차도는 호우주의보가, 3등급은 호우경보가 발령되면 즉각 통제에 들어가야 한다. 초량 지하차도는 침수위험 3등급으로 지난달 23일 오후 8시 호우경보가 발령됐기 때문에 즉각 통제해야 했다. 하지만 별다른 통제 없이 차량이 오갔고 오후 10시 30분쯤 저수지로 변한 지하차도를 지나던 차량 6대가 고립됐다. 당시 차에 타고 있던 이들 가운데 3명이 목숨을 잃었다.

관할 구청장인 최형욱 동구청장은 사고 당시 여름 휴가 중이었다. 최 청장은 지난달 23일 오후 8시 호우경보가 발령되고 나서야 구청으로 복귀해 책임론이 불거졌다. 최 청장은 “10년 전에는 폭우가 쏟아지면 지하도로를 사전 통제했는데 배관 펌프가 설치된 이후에는 사전 통제를 선제적으로 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했다.

경찰은 동구청에 대해 직무유기 혐의보다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는 것에 무게를 두고 조사 중이라고 한다. 경찰은 수사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사법처리 범위를 정할 방침이다.

앞서 부산경찰청은 지난달 30일 부산소방재난본부와 중부소방서를 압수수색하고, 119 신고시스템 자료와 시민 신고 녹취 파일 등을 확보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