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보호법 개정안] '어린이 방패' 동원 차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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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말 전북 부안군에서 열린 원전수거물 관리시설 유치 반대 시위에는 어린이나 중.고생들이 자주 등장했다. 이들은 몸싸움을 벌이지는 않았지만 현수막을 들고 있거나 함성을 지르기도 했다. 이처럼 집회나 시위에서 청소년들이 등장하는 장면은 이제 그리 낯설지 않다.

환경 문제 등에 청소년들이 나서는 것은 그래도 괜찮은 편이다. 하지만 철거민 집회 등 위험하거나 논란의 여지가 많은 곳에 이들을 방패막이로 활용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노동계 집회에서도 부모와 함께 나온 어린이들을 볼 수 있다. 더구나 경위야 어찌됐든 어린 학생들이 수업을 장기간 받지 못하는 사태를 방치할 수 없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외국에선 어린이를 동원하는 경우를 찾기 힘들다"고 말한다. 그는 "외국에서는 어린이를 인격체로 대우해 집회나 시위에 동원하는 일은 생각도 못하지만 우리는 소유물로 보기 때문에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아동단체협의회 임송자(林松子)사무총장은 "옳지도 않은 일에 머리띠까지 두르게 해 아이들을 동원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왜곡된 집회나 시위가 아이들의 사고마저 왜곡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법으로 강제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우선 합법과 불법을 구분하기 힘들다는 문제점이 있다. 자신의 의사에 반해 집회나 시위에 참여했는지를 가려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강제 동원의 증거를 대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일몰 후 집회에 참여하는 것을 어떻게 할지도 관심거리다.

대표적으로 촛불시위가 여기에 해당된다. 최근 주요 이슈가 터질 때마다 촛불시위가 벌어진다.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많이 참여하는데 이들이 동원됐다 하더라도 처벌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자칫하다간 집회.결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살 수도 있다.

강제로 동원한 사람을 지목하는 일도 말처럼 쉽지 않다. 복지부는 시위 주동자를 지목하고 있지만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닌 듯하다. 그래서 검찰과 경찰은 최근 관계자 회의에서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적용하기가 쉽지 않은 점을 들어 법 개정에 소극적인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양대 의대 정신과 안동현(安東賢)교수는 "6세 이하의 어린이들이 혼자 거리를 걷게 해서는 안된다는 법 규정이 사문화됐듯이 이번 법안도 자발적 참여 여부를 판단하기 힘든 점 등을 고려할 때 선언적 조항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신성식 기자

<미성년자 집회 참여 제한 논란>

▶찬성
-어른의 목적 달성에 어린이를 방패로 삼는 것은 곤란
-폭력을 접함으로써 어린이 사고 형성에 악영향
-학습권 침해

▶반대
-자발적으로 참여했는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누구를 처벌할지 모호
-적용하기 힘들어 선언적 조항에 그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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