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틱톡·위챗 퇴출 행정명령…중국 “노골적 패권 단호히 반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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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8호 12면

모바일 앱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6일(현지시간) 중국 소셜미디어 앱 ‘틱톡’과 ‘위챗’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회사와의 거래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국가 안보를 이유로 두 앱을 미국에서 퇴출하려는 수순이란 관측이 나온다.

내달 20일부터 모회사와 거래 금지 #한국 정부·기업은 동참 압박에 고민

백악관이 이날 공개한 행정명령 문건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45일 뒤인 다음달 20일부터 미국 기업 및 개인이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와 위챗의 모회사인 텐센트와의 거래를 금지했다. 짧은 동영상을 공유하는 인기 앱인 틱톡은 미국에서만 1억7500만 회, 전 세계적으로는 10억 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위챗은 중국인을 중심으로 10억 명이 사용하는 모바일 메신저 앱이다.

비교적 신생 업체인 바이트댄스와 달리 텐센트는 단일 앱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위챗을 비롯해 리그 오브 레전드 등 모바일 게임, 전자상거래와 전자 결재,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사업을 벌이는 글로벌 기업이다. 그런 만큼 이번 조치에 따른 후폭풍이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텐센트는 테슬라·스냅·스포티파이 등 미국 기업에도 투자하고 있으며 미 프로농구(NBA), 미 프로풋볼(NFL), 미 프로야구(MLB) 등과도 콘텐트 공급 계약을 맺고 있다.

백악관 관계자가 “위챗과 관련된 거래만 금지 대상이며 텐센트의 다른 사업 분야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히긴 했지만 위챗이 개인 소통뿐 아니라 비즈니스 거래에도 폭넓게 사용되고 있어 이번 행정명령의 파장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 발동 근거로 개인 정보 유출과 그로 인한 국가 안보 위협을 들고 있다. 그는 “중국 기업이 개발하고 소유한 앱의 미국 내 확산이 국가 안보와 외교·경제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 국토안보부·교통안전청 등 정부 부처와 미군은 업무용 스마트폰에 틱톡 앱을 내려받는 것을 금지했다. 미 의회도 연방 공무원이 정부가 지급한 휴대전화에서 틱톡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중국 정부는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미국이 국가 안보를 핑계로 중국의 첨단기술 기업을 탄압한다는 주장이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7일 정례 브리핑에서 “틱톡·위챗의 해당 기업들은 미국 법을 준수하는 등 시장 원칙과 국제 규칙에 따라 활동하고 있다”며 “중국은 자국 기업의 정당하고 합법적인 권익을 확고히 지킬 것이며 노골적인 패권 행위도 단호히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와 기업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미국이 반중 전선에 한국도 동참하기를 우회적으로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키스 크라크 미 국무부 경제차관은 지난 6일 아시아·태평양 언론 매체들과의 전화 브리핑에서 ‘한국인들의 스마트폰에서 틱톡과 위챗이 사라지길 바라느냐’는 질문에 “한국이 할 결정”이라면서도 “이는 누구를 믿을 것이냐의 문제로 귀결된다”고 말했다.

국내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들은 틱톡을 당장 퇴출하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서비스를 중단할 경우 400만 명에 달하는 국내 틱톡 사용자의 피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서울=백희연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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