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200억 들인 빗물저장소, 부산 물폭탄때 가동 안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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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부산시 수영구 광안리 해수욕장 일대가 집중호우로 침수된 모습이 폐쇄회로TV(CCTV)에 담겼다. 뉴스1

지난달 23일 부산시 수영구 광안리 해수욕장 일대가 집중호우로 침수된 모습이 폐쇄회로TV(CCTV)에 담겼다. 뉴스1

지난달 23일 시간당 80㎜ 이상 폭우에 밀물까지 겹쳐 침수 피해가 심각했던 부산시 수영구 광안리 해수욕장 일대. 이런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설치한 빗물저장소를 수영구청이 가동하지 않은 것으로 3일 드러났다.

200억 들여 만든 빗물저장소…제 역할 못해 #부산서 유일하게 수동운영 “배수 원활 판단”

기상청에 따르면 당시 부산에는 176.2㎜의 비가 내렸다. 시간당 최대 81.6㎜를 기록했다. 부산시 수영구는 이 일대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2017년 국비와 구비 약 200억원을 투입해 빗물저장소를 설치했다.

빗물저장소는 집중호우 때 빗물을 저장했다가 폭우가 잦아들면 외부로 보내는 장치다. 시간당 96.4㎜의 폭우를 감당하면서 1만7900t의 빗물을 저장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수영중학교 운동장 지하에 길이 60m, 평균 폭 38m, 높이 9.4m로 지어졌다.

수영구는 폭우 때 빗물이 들어올 수 있도록 수동으로 저장소 문을 열어야 했지만 아무 조치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구청 측은 당시 배수가 원활했다고 판단한 데다 다음날(24일) 200㎜의 비가 온다고 예보된 상황이어서 섣불리 빗물저장소를 가동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24일 오전 부산 수영구 민락동에서 상인이 집중호우 피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4일 오전 부산 수영구 민락동에서 상인이 집중호우 피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부산 수영구 관계자는 “시설 일부가 주민들의 주차장으로 활용되고 있어 평소 수동으로 빗물저장소를 가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영구 빗물저장소는 지하 1층은 주차장, 지하 2층은 빗물저장소와 다목적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 부산의 빗물저장소는 모두 12곳이다. 이 중 수동으로 빗물저장소를 운영하는 곳은 수영지구가 유일하다.

부산=이은지 기자, 김정석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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