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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세 정조국 “41세 이동국 형처럼 짧게, 임팩트 있게 뛸 것”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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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베테랑 정조국은 올 시즌 제주의 특급 조커를 꿈꾼다. 팀을 승격시켜 1부 리그에서 뛰다가 은퇴하는 게 목표다. [사진 제주 유나이티드]

베테랑 정조국은 올 시즌 제주의 특급 조커를 꿈꾼다. 팀을 승격시켜 1부 리그에서 뛰다가 은퇴하는 게 목표다. [사진 제주 유나이티드]

“팀 막내가 2001년생, 19살이에요. 어휴, 17살 차네요. 저도 그 나이 때는 펄펄 날아다녔죠.”

K리그2 제주서 큰 형님 역할 #통산 득점 5위, 승격 후 은퇴가 꿈 #“올해 막내 태어나 ‘분유캄프’ 될것”

지난달 30일 프로축구 제주 유나이티드 서귀포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공격수 정조국(36)은 나이 얘기에 웃음을 터뜨렸다. 정조국은 대신고 3학년(19세)이던 2002년 거스 히딩크 감독 눈에 들어 훈련생으로 월드컵 기간 내내 축구 대표팀과 동행했다. 이듬해에는 안양 LG(현 FC서울)에서 프로에 데뷔했고, 신인상을 탔다. 미사일처럼 날카로운 골을 꽂아 별명이 ‘패트리엇’이었다. 광주FC에서 뛰던 2016년엔 득점왕(20골)과 K리그1 최우수선수(MVP)로도 뽑혔다.

탄탄대로를 달려온 정조국은 근래 주춤했다. 지난 시즌 강원FC에서 5골(31경기)에 그쳤다. 그의 시대가 끝났다고들 했다. 위기를 맞은 그는 모험을 택했다. 올 초 제주로 이적했다. 그가 몸담은 첫 K리그2(2부) 팀이다. 한때 10억원 넘던 연봉은 그 절반도 안 된다. 개의치 않는다. 정조국은 “2부라서 자존심도 상했다. 명예회복이 먼저다. 득점왕 시절 가르쳤던 남기일 감독님이 지금 제주를 이끌고 있어 용기를 냈다”고 털어놨다.

20대 초중반 선수가 주축인 제주에서 정조국은 ‘큰 형님’이다. 남 감독도 그에게 팀의 구심점 역할을 주문했다. 예전 같으면 훈련만 끝나면 귀가해 쉬었는데, 제주에선 후배를 챙기고 밥도 산다. 함께 하는 분위기를 만들려는 거다. 세대차이는 피할 수 없다. 그는 “‘라떼(나 때)는 말이야’처럼 예전 얘기를 많이 해서 ‘꼰대 같다’고 자주 핀잔을 듣는다. 그건 후배들이 나를 편하게 생각한다는 뜻이라서 많이 들어도 좋다”며 웃었다. 분위기처럼 성적도 괜찮다. 제주는 수원FC, 대전 하나시티즌과 선두권이다.

실력은 경기장에서 골로 증명했다. 정조국은 지난달 1일 FA(축구협회)컵 24강전 서울 이랜드FC와 경기 연장 후반 막판에 3-2 역전승의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렸다. 그는 “오랜만에 ‘살아있다’는 기분을 느꼈다. 너무 짜릿해서 우승한 것 마냥 과한 세리머니를 했다”며 쑥스러워했다. 그는 18시즌 동안 통산 221골을 터뜨렸다. K리그 역대 득점 5위다. 세 골만 더 넣으면 김은중(42·올림픽대표팀 코치)을 제치고 4위로 올라선다. 그는 “골을 넣는 건 공격수의 의무다. 골은 팀 승리를 위해 넣는 거고, 기록은 저절로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조국에게는 가족이 비타민이다. 탤런트 김성은(37) 씨와 결혼한 그는 아들 태하(10), 재하(1), 딸 윤하(3) 등 아이 셋을 뒀다. 막내 재하는 2020년생이다. 그는 “윤하가 태어난 해에 MVP를 수상했다. 올해 재하가 나와 예감이 좋다. 앞으로는 ‘패트리엇’보다 ‘분유캄프(분유+데니스 베르캄프)’가 되겠다”고 말했다.

30대 후반으로 접어든 정조국은 주로 후반 조커로 나온다. 출전 시간이 적지만 아쉽지 않다. 그는 “(이)동국이 형이 ‘긴 시간 뛸 필요 없다. 나를 봐라, 몇 분 안 뛴다. 중요한 건 임팩트(골)’라고 말한다. 위로이자 동기부여가 되는 말”이라고 소개했다. 41세 이동국(전북)은 리그 최고령 선수다. 정조국은 “2부에서 은퇴하는 건 자존심이 허락지 않는다. 꼭 1부에서 뛰다 박수받으며 마무리하겠다”며 승격을 다짐했다.

서귀포=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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