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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만에 돌아온 외국인…삼성전자 2조 사고 바이오 팔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집 나간 외국인 투자자가 돌아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주가 폭락을 계기로 국내 증시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갔던 외국인이 지난달 코스피 시장에서 1조791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지난 1월(3047억원) 이후 6개월 만의 순매수다. 외국인이 '사자' 주문을 외친 덕에 코스피는 지난달 31일 2249.37까지 올랐다. 1월 22일 기록한 연중 최고점(2267.25)이 20포인트도 채 남지 않았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외국인, 대장주 삼성전자 폭풍 매수

돌아온 것은 외국인만이 아니다. 한국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가 주도주로 부활하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 1~5월까지만 해도 삼성전자 주식을 7조원 넘게 팔아치웠다. 그러다 지난 6월부터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더니 지난달엔 삼성전자를 2조6682억원어치 사들였다. 외국인의 순매수 2위 종목인 포스코(2353억원)를 10배 넘게 웃도는 수준이다. 사실상 삼성전자에 '올인'한 셈이다. 외국인 매수에 힘입어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달 29일 5개월 만에 장중 6만원대를 회복했다.

외국인, 코스피 시장서 6개월 만에 순매수.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외국인, 코스피 시장서 6개월 만에 순매수.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외국인 자금이 삼성전자에 몰린 건 복합적이다. 우선 미국 인텔의 반도체 생산 계약을 따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진 영향이 크다. 인텔은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새로운 7나노미터(㎚, 10억분의 1m) 칩 기술이 예정보다 6개월 늦어지면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에 일부 생산을 맡긴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전자의 2분기(4~6월) 실적이 양호한 데다, 미국과 중국 간 '화웨이 갈등'으로 삼성이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란 기대감도 작용했다. 이에 하나금융투자는 최근 삼성전자의 목표 주가를 8만원으로 올려 잡았다. 여기에 미국 달러 약세로 달러당 원화 가치가 1190원대로 상승(환율은 하락)한 점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달러를 원화로 바꿔 투자하는 외국인 입장에서 환차익(환율 차이로 생기는 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7월 외국인이 사고판 종목은.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7월 외국인이 사고판 종목은.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바이오·언택트주는 팔아치워  

반면 외국인이 지난달 가장 많이 판 종목은 기업공개(IPO) 대어인 SK바이오팜이었다. 8315억원어치 순매도하며 차익 실현에 나섰다. 엔씨소프트(-3486억원), 네이버(-3413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3057억원) 등도 순매도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외국인 수요가 한동안 주목받던 비대면(언택트)·바이오 종목에서 반도체 대형주로 옮겨가기 시작한 셈이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순매수 전환과 IT주 등으로의 주도주 확산 양상은 코스피의 점진적 상승 기조를 강화할 전망"이라며 "다만 외국인 순매수가 업종별로 확산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글로벌 경제 성장 회복에 대한 신뢰가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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