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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빼고 글로벌 완성차 곡소리…현대·기아는 내수 덕 선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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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AP=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AP=연합뉴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올해 상반기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제 봉쇄 조치를 한 미국·유럽 완성차업체의 실적이 고꾸라졌다.

30일(현지시간) 르노는 상반기 72억9000만 유로(약 10조30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르노가 기록한 역대 최악의 실적이다.
카를로스 곤 전 CEO의 낙마 사태 이후 일본 닛산 등과 동맹이 흔들리며 경영 상황이 악화한 데다 코로나19로 판매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르노는 상반기 순손실 중 48억 유로는 닛산의 손실이라고 밝혔다.

미국 완성차업체 포드는 이날 2분기 19억 달러(약 2조2000억원) 영업손실을 냈다고 발표했다. 앞서 29일 GM은 2분기 5억360만 달러(약 63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포드가 GM보다 손실 규모가 작은 이유는 유럽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반면 GM은 중국 비중이 크다. GM은 중국이 코로나19 충격에서 빠르게 회복하면서 매출 손실을 만회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도 적자를 벗어날 수 없었다. 앞서 지난 23일 메르세데스-벤츠의 모기업인 다임러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매출 302억 유로(42조6000억원), 순손실 19억600만 유로(약 2조7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분기 판매 대수는 87만대로 지난해보다 19% 감소했다

폴크스바겐은 올해 들어 글로벌 자동차 판매 1위 자리를 도요타에 내줬다. 상반기 판매 대수는 지난해보다 27.4% 감소한 389만 대를 기록했다. 30일 실적 발표에서 상반기 매출 961억 유로(약 135조원)로 지난해보다 23.2% 감소했으며, 영업손실은 8억 유로(약 1조1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도요타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416만대를 팔아 폴크스바겐을 제치고 6년 만에 글로벌 1위에 올랐다. 그러나 판매 대수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21.6% 감소했다. 내수는 선방했지만 수출이 급감했다.

내연기관 위주의 글로벌 완성차업체가 죽을 쑨 가운데 전기차 업체 테슬라만 나 홀로 고공 행진했다. 테슬라의 2분기 매출은 60억 달러(약 7조1000억원), 순익은 1억400만 달러(약 1200억원)였다. 매출은 지난해 2분기보다 5% 줄었지만, 시장 예상치(53억 달러)를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테슬라에 이어 '두 번째로 선방한' 완성차업체로 꼽힌다. 현대·기아차는 상반기 글로벌 시장에서 275만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9% 감소했지만, 내수 시장은 오히려 증가했다. 이익을 낸 것도 테슬라를 제외하면 글로벌 업체 중 유일하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상품성이 좋은 신차가 많았다"며 "미국·유럽은 경제 봉쇄로 딜러 시스템이 무너졌지만, 현대·기아차는 직접 판매 방식이라는 점도 내수에서 선방한 이유"라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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