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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가 ‘정치판 공깃돌’인가···옮겨 쪼개 없애자 ‘춤추는 칼질’

중앙일보

입력

서울대학교 정문. [연합뉴스]

서울대학교 정문. [연합뉴스]

서울 아파트값 폭등으로 촉발된 논쟁에 난데없이 서울대가 휘말렸다. 정치권에서는 서울대를 세종시로 이전하자는 주장부터 단과대별로 쪼개거나 아예 폐지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대 이전·폐지론은 최근 여당발 행정수도 이전론이 나오면서 분출되기 시작했다. 서울에 집중된 인프라를 세종시 등 다른 도시로 분산하자는 주장이 나오면서 서울대도 주요한 이전 대상으로 언급됐다. 이전을 넘어 서울대 폐지나 서울대 분할 등으로 정치권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다양해지고 있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나서 '서울대 이전을 검토한 적 없다'고 해명했지만, 이전론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이 본격 추진될 경우 대학 교육의 상징성을 지닌 서울대가 빠지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파주로 가라" "강원도로 오라"…반복된 이전론

1975년 2월 26일 29회 졸입식을 마지막으로 관악캠퍼스로 이전한 서울대학교의 동숭동 캠퍼스의 철수식이 열렸다. 중앙포토

1975년 2월 26일 29회 졸입식을 마지막으로 관악캠퍼스로 이전한 서울대학교의 동숭동 캠퍼스의 철수식이 열렸다. 중앙포토

1997년 당시 여당이었던 신한국당은 경기 파주시 일대에 200만평 규모의 캠퍼스를 지어 서울대를 옮기는 방안을 추진했다. 당시에도 서울 집중 현상에 대한 비판이 나오면서 서울대를 비롯한 연세대·고려대 등이 이전 대상으로 언급됐다.

지역 정치권에서 서울대 이전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2004년 김진선 당시 강원도지사는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방안이라며 서울대에 이전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서울대가 중심이 된 600만평 규모의 대학도시 구상도 밝혔다. 이후 서울대가 난색을 보여 강원도 이전은 무산됐다.

"단과대 단위로 쪼개 지방 보내자" 주장도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최고위원이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최고위원이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과거 서울대 폐지론은 균형발전보다 대학 서열화 해체에 방점을 찍은 주장이었다. 서울대를 없애 대학 서열화를 막자는 취지다. 폐지론은 이후 '국립대학 네트워크화' 구상과 결합하면서 지역 균형발전 방안으로 언급되고 있다.

당대표 경선에 나선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 24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방에 있는 10여개의 거점대학에 매년 2~3조원 정도 투자해 교육 수준을 굉장히 높이고, 네트워크로 묶어 가칭 '한국대학'으로 불러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서울대를 단과대 단위로 쪼개 지방으로 보내자는 제안도 있다. 여당 내에서는 “프랑스가 파리대학교를 1~13대학으로 해체했듯 서울대를 단과대 단위로 쪼개 지방에 보내는 방안을 생각해보자”(지방 중진 의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인화되서 옮기지도 못하는데…정치권 의도 의심"

지난 29일 오세정 서울대 총장이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질의에서 오 총장은 서울대 이전론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지난 29일 오세정 서울대 총장이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질의에서 오 총장은 서울대 이전론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정치권서 백가쟁명식으로 쏟아지는 서울대 이전론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100만평이 넘는 면적에 200여개의 건물이 있는 서울대를 옮기는데 막대한 재원이 들 것"이라며 "세종시에 뛰어난 대학을 만들려고 하면 굳이 서울대를 옮길 게 아니라 새 대학을 만들면 된다"고 말했다.

서울대 폐지를 통한 국립대 네트워크화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교육학 교수는 "세계 대학 평가 결과를 보면 서울대도 50위권 언저리"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서울대를 해체하고 전국으로 흩뿌려 놓는다면 교육의 질은 어떻게 담보하냐"고 지적했다.

30일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중계업소에 부동산 매물정보가 붙어 있다. 뉴스1

30일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중계업소에 부동산 매물정보가 붙어 있다. 뉴스1

서울 아파트값을 잡기 위한 대책으로도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은 "학생을 포함해도 구성원이 몇만 명에 그치는 서울대를 옮긴다고 부동산 수요가 잡히는 걸 기대하는 건 무리"라며 "상징성 외에 큰 효과는 없다"고 말했다.

송기창 교수는 "2012년 이미 법인화가 돼 서울대는 국가가 마음대로 옮길 수도 없다"면서 "실효성이 떨어지는 방안을 정치권이 자꾸 언급하는 데는 또 다른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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