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러 속도 늦췄나…미국서도 ‘애플 아이폰 범죄’ 조사

중앙일보

입력

미국 사법당국이 애플의 구형 아이폰의 프로세싱 속도를 고의로 늦춘 것이 범죄에 해당하는지 진상조사에 들어갔다.

로이터통신은 29일(현지시간) 정보공개청구로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애리조나주 법무장관 주도로 애플이 ‘기만적 거래행위 금지법’(deceptive trade practices law)을 위반했는지에 대해 여러 주가 참여하는 공동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전주에는 IT업계 감시단체가 입수한 자료를 바탕으로 이번 공동조사에 참여한 텍사스주가 애플을 기만적 거래행위 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한 바 있다.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가 2015년 3월 아이폰6와 6플러스를 처음 공개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가 2015년 3월 아이폰6와 6플러스를 처음 공개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애플이 고의로 구형 아이폰 속도를 늦췄다는 의혹은 2017년 12월 불거졌다. 스마트폰 속도가 느려지면 새 스마트폰 구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애플이 신형 아이폰을 더 많이 팔기 위해 구형 아이폰의 속도를 저하시켰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당시 애플은 구형 아이폰의 경우 배터리 성능이 나빠 프로세서가 원하는 만큼 전력을 공급하지 못해 스마트폰이 갑작스럽게 꺼질 수 있어 프로세싱 속도를 줄이는 방식으로 전력수요를 감소시켰다고 설명했다. 속도를 고의적으로 낮추긴 했지만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것이다.

올해 3월 애플은 속도저하와 관련해 집단소송을 제기한 미국 소비자들과 구형 아이폰 사용자에게 1인당 25달러(약 2만9800원)씩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애플이 물어야 할 돈은 최대 5억 달러(5960억원)로 추산된다.

지난 2월 프랑스에서도 애플은 의도적으로 구형 아이폰의 속도를 떨어뜨렸다는 혐의로 2500만 유로(약 326억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애플이 소비자에게 구형 모델의 성능이 떨어질 것이라는 경고를 하지 않은 게 이유였다.

애플 아이폰 1차 집단 손해배상 소송제기 기자회견 연합뉴스

애플 아이폰 1차 집단 손해배상 소송제기 기자회견 연합뉴스

국내에서도 속도저하와 관련해 2018년 1월 시민단체가 팀 쿡 최고경영자(CEO) 등 애플 경영진을 사기와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소비자들은 집단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했다. 검찰은 그해 12월 ‘혐의를 인정할 충분한 근거가 없다’며 불기소 처분를 내렸다. 하지만 시민단체가 불복하자 최근 재수사를 결정했다.

문병주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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