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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따라 잘 차려입지만..."톡 튀는 나만의 맵시, 어디 갔나요"

중앙일보

입력

옷차림은 옷입는 사람의 개성과 사회적 지위를 보여준다. 또 한 나라의 의복 특성은 그 나라 국민의 특징과 문화적.역사적인 배경을 이해하는 지표다. 우리나라 여성들의 패션은 어떤 모습일까.

20년간의 일본 활동을 접고 이번 스파컬렉션를 통해 국내에 첫 선을 보이는 디자이너 김삼숙(44)씨와 미국.프랑스 유학 후 서울컬렉션에 처음으로 참가하는 디자이너 이보미(34)씨로부터 일본.미국.유럽의 패션과 국내 여성들의 옷입기에 대해 들어봤다.

김삼숙씨는 "한국 여성들은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멋쟁이지만 뒷모습만 본다면 다 똑같다" 고 한다.

다시 말해 잘 차려 입기 좋아하고 유행에도 민감하지만 개성을 살린 옷차림은 아니라는 것.

패션 감각 뿐 아니라 체형.외모에 있어 일본 여성들보다 훨씬 낫지만 유행을 지나치게 좇는 경향 때문에 머리 스타일부터 패션.액세서리까지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비슷하다는 지적이다.

이보미씨도 의견을 같이한다. "옷 사는데 돈을 많이 쓰는 편이지만 취향이 너무 보수적이어서 유행하는 옷이나 튀지 않는 스타일의 옷만 고집하는 경향이 있다" 는 것.

이씨가 전하는 파리와 런던 여성들은 감각적이면서도 개성을 중시해 유행에 휘둘리는 경우가 별로 없다. 이탈리아인들은 과감하고 화려한 색상과 무늬를 잘 매치해 입는 것으로 유명하다.

미국 여성들의 옷입기는 실용성 위주. 랠프 로렌, DKNY의 도나 카란, 캘빈 클라인 등 미국 3대 디자이너들의 옷들이 모두 기본적인 스타일인 것도 실용성을 추구하는 미국인들의 특성을 반영한다.

한때 기존의 틀을 벗어난 파격적이고 전위적인 아방가르드 의상으로 주목받았던 일본도 1990년대 중반 거품경제가 꺼지면서 실용적인 의상으로 돌아서고 있다.

김씨가 전하는 일본 여성들의 옷입기는 소박하고 검소하며 실속 위주. "튀는 패션으로 눈길을 끄는 것은 일부 10대들 뿐" 이라는 게 김씨의 말이다.

일본인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시간.장소.상황, 즉 T.P.O(Time, Place, Occasion)에 맞는 옷 입기.

사무실에서 튀는 옷차림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든 것도 일본인들의 특성이다.

미국 여성들도 다르지 않다. 평상시엔 캐주얼 스타일을 즐기지만 파티 장소나 연회.비즈니스 석상에서는 장소에 맞는 드레스 코트를 제대로 챙겨 입고 나온다.

패션쇼나 파티에선 반드시 긴 드레스를 입고, 공식회의 석상에선 정장 수트를 입는 것이 공식이다.

미국의 랠프 로렌.캘빈 클라인이나 일본의 이세이 미야케.요지 야마모토.고시노 히로코.유럽의 장 폴 고티에.이브 생 로랑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이 이름을 떨치고 있는데 비해 우리나라 디자이너들이 부진한 이유에 대해서는 두 사람 모두 같은 진단을 한다.

디자이너들이 직접 원단을 구매하고 디자인하고 판매까지 담당해야 하는 국내의 유통구조를 감당하기 버겁다는 것.

또 디자이너 브랜드가 너무 비싸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일본은 대기업들이 디자이너들의 스폰서로 원단 구매와 처리를 담당하기 때문에 비용에 대한 부담이 한결 적다" , "판매액의 40% 이상을 자신들이 챙기고, 재고 책임까지 디자이너에게 떠넘기는 우리나라 백화점들과 달리 미국에선 백화점이 재고까지 책임을 지는 시스템이라 원가가 낮아질 수 있다" 고 항변한다.

▶컬렉션이란〓패션 디자이너들이 한 계절을 앞서 개최하는 작품 발표회. 특별한 주제 없이 여러 디자이너들의 패션쇼를 한자리에 모았다는 의미에서 컬렉션으로 불린다.

가장 권위있는 컬렉션은 파리.밀라노.뉴욕.런던.도쿄컬렉션이며, 한국에는 스파(SFAA)컬렉션과 서울컬렉션이 있다.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서울컬렉션이 COEX에서 열리고 있으며, SFAA컬렉션은 5월 3일부터 6일까지 경복궁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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