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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대처방안(2)

중앙일보

입력

정신장애자에 편견해소방안: 인식 전환과 직접체험 기회 높이기

정신장애자를 포함한 여러 가지의 사회적 오점집단에 대하여 일반인들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편견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감을 어떻게 하면 좁히고 그리고 편견으로 인한 차별대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일반적으로 한번 형성된 태도나 가치관 등은 쉽게 변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왜냐하면 많은 편견들이 나름대로 대상집단 사람에 대한 정보를 지니고 있으며, 사람들이 보이는 행위는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편견에 걸맞는 행위를 보기가 어렵지 않고 따라서 편견이 맞다는 증거를 얻기 쉽기 때문이다(한규석, 1995).

사회심리학자들은 편견을 감소시키는 효과적인 방법은 두 집단구성원들간의 직접적인 접촉을 강화시키는 것이라고 한다(Brewer & Miller, 1984; Cook, 1978). 효과적인 직접적인 접촉이 되기 위해서는 다음 4 가지 조건이 구비되어야 한다(Cook, 1988).

  • 첫째, 장기적인 긴밀한 접촉이어야 한다.

    일시적인 접촉은 때로는 기존의 부정적 편견을 확인하는 기회만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편견을 바꿀 수 있는 정도의 새로운 정보를 얻거나 체험하기 위해서는 장기적 접촉이 필요한 것이다. 독일의 사업가 쉰들러가 유태인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기 위하여 유태인을 고용하였지만 이들과 밀접하게 장시간 생활하면서 인간적인 연민을 느끼게 되어 1,161명을 처형에서 구출하게 되었다(Lifton, 1994).

  • 두 번째 조건은 두 집단 구성원간의 관계가 협조적이고 의존적 관계가 되어야 한다.

    공동목표를 가지고 이를 달성하기 위하여 협조할 때 적개심이 사라지고 편견이 감소한다(Sherif et al., 1961). 최광선과 안상수(1991)는 두 집단이 협동하는 상황에서 집단간 편파가 덜 일어나는 것은 두 집단간의 구분이 불분명해진 까닭에 나타남을 실험적으로 보여주었다. 또한 협동적 과제의 수행결과가 성공적이었을 때 실패하였을 때보다 집단간의 차별의식이 적게 나타난다고 하였다.

  • 셋째, 접촉이 동등한 지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기존의 우열이나 상하관계를 유지하면서 이루어진 접촉은 편견을 없애는데 별로 도움을 주지 못한다. 네 번째 조건은 편견이 잘못된 것이며, 집단구성원간의 평등성을 당연시하는 사회적 규범이 존재하고 분쟁의 조정, 감독역할을 하는 사람들간에 합의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다양한 조건을 갖춘 상태에서의 집단구성원들간의 접촉은 편견을 해소하고 다른 집단의 구성원에 대하여 친밀감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크다(Clore et al., 1978).

    이진환(1985)은 빈번한 접촉을 통해서 사람들이 대상집단의 구성원들이 보이는 고정관념과 부합하지 않는 행동을 알게 되고 이것이 누적되어서 상대집단을 획일적으로 다루는 것이 잘못된 것임을 알게 된다고 하였다. 또한 이러한 인식은 고정관념적 신념의 한 구성 원리인 외집단 동질성에 대한 인식을 무너지게 함으로서 고정관념을 약화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정신장애자를 포함하여 사회적 오점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 편견 그리고 차별을 개선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무엇이겠는가?

    사회심리학에서 제시하는 편견해소방안을 근거로 정신장애인에 적합하게 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정신장애인이 아닌 보통 사람들로 하여금 정신장애인을 자주 직접 체험하게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앞에서 언급한 네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상황이라면 완벽한 방법이 될 것이다.

    편견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편견을 형성하는 기제를 거꾸로 접근하여 찾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것이다. 사회문화적 학습이론에 의한 편견의 획득기제를 응용한다면, 정신장애자에 대한 올바르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여 장애인에 대하여 부정적 편견을 가진 사람들에게 교육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장애자들도 정상인들과 같은 자존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정상인들이 알아야할 장애인에 대한 정확한 정보인 것이다.

    정신장애인들을 보통 사람들이 직접 접하게 하는 것과 정신장애인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별개의 것이 아니라 이 두 가지 작업은 함께 병행하여 서로 보완하거나 피드백 하게 하여 그 효과를 상승시키도록 하면 좋을 것이다.

    현재 정신장애자에 대하여 치료와 사회복귀 등 복합적인 기능을 하는 서비스기관으로는 정부에서 각 지방의 보건소 산하기관으로 운영하는 50여 곳의 정신보건센터가 있고 정부의 재정적 지원과 위탁으로 민간이 운영하는 정신질환자 사회복귀 시설 70여 개소가 있다(kihasa.re.kr; mohw.go.kr).

    이러한 기관들은 아마도 미국의 지역사회정신건강센터(Community Mental Health Center, CMHC)에서 그 모형을 원용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 규모와 기능에서는 미국의 시설보다 우리의 것이 월등히 적다. 이 두 기관이 운영주체는 서로 다르지만, 그 목적에 있어서는 대동소이하다고 본다. 정도가 심한 환자에 대해서는 치료적 서비스가 우선적일 것이고, 그 정도가 상대적으로 가벼운 사람들에 대해서는 일상생활에 보다 쉽게 적응할 수 있는 교육과 훈련을 하는 것이 이들 기관의 목적이다.

    과거의 병원이나 수용시설을 벗어나서 지역사회에서 일상생활을 병행하는 접근은 환자 자신의 사회복귀를 촉진하는 효과가 일차적으로 있다. 여기에 부가적인 효과를 의도한다면, 지역의 일반인들에 대한 정신장애자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고 정신장애자에 대한 직접적인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 하겠다. 이러한 부가적인 목적과 성과는 바로 정신장애인에 대한 일반인의 부정적 편견을 올바르게 바꾸는 작업을 직접적으로 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정신보건센터와 정신질환자 사회복귀 시설에서 현재 실시하고 있는 각종 프로그램(정신질환자 조기발견, 치료, 사회적응, 정신건강증진, 취업훈련 등)의 기획, 내용편성 및 현장에서의 실천 과정 등 모든 과정과 내용에 있어서 보통 사람들의 참여를 대폭 늘이는 정책을 강구할 것을 정신장애자에 대한 일반인의 편견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제안한다.

    현재 이러한 노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신보건 정책 입안자와 현장에서 장애자들에게 서비스하는 전문가들이 좀더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정신장애자들은 그들 스스로 사회의 공공기관이나 일상생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자신들의 입장을 능동적으로 펼쳐 가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정신장애인에 대하여 부정적인 편견을 가진 일반인들 또한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기존의 편견으로 인하여 정신장애인에 관한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거나 참여하기는 매우 힘든 일이다. 이러한 상호에서의 결론은 정신장애인을 이해하고 이들을 위해 일하는 전문가들이 정신장애인의 입장을 옹호하고 대변하여야(advocacy)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부분적으로 시행되고 있지만 장애인을 위한 자조집단(self-help group)을 구성할 수 있게 돕는 일은 매우 의미 있는 시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고치기 위한 방법으로는 초등·중등·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에서 봉사교육과 봉사활동의 대상집단으로 양로원과 같은 소위 불우이웃에만 국한할 것이 아니라 정신장애인을 위한 시설도 포함시킬 것도 제안한다.

    어릴 때부터 편견을 줄일 수 있는 교육을 하는 것이 교육의 효과를 증대시킬 수 있는 지름길일 뿐 아니라 교육비용의 효용가치도 제고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다시 말하면, 정신장애자를 다른 사회적 오점보유자와 구별하지 않는 정신보건정책 입안과 실천이 정신장애자를 우리의 부정적 편견으로부터 구출하는 길이다.

    정신장애인에 편견을 극복한 사례

    다음은 정신장애인을 일반인들이 편견 없이 받아들여서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 삼아 가는 몇 가지 사례를 다음에 요약해 보았다.

    처음의 것은 역사적 의미가 있는 유럽의 예이고 두 번째는 정신장애자의 사회복귀에 관하여 현장감이 풍부한 일본의 예이다. 마지막으로 제시한 대구대학교의 경우는 서비스 상대가 정신장애자가 아니고 지체장애, 시각 및 청각 장애자이지만 서로가 같은 동료 직장인으로 그리고 또래의 친구로 서로 이해하고 도우며 특별한 생각 없이 지낸다는 점에서 이 글의 마지막에 제시하는 예로서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 아쉬운 점은 이러한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를 아직 준비/축적하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지역사회를 근거로 한 정신건강에 관한 분야(지역사회심리학, 지역사회정신의학 등)의 교과서에서 지역사회정신건강(comunity mental health) 프로그램의 본보기로 벨기에의 Geel Care System을 자주 인용한다(Aring, 1974; Bloom, 1984).

    서기 125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Saint Dympna의 전설은 Geel 지역을 광기를 몰아내고 맑은 정신을 가지게 하는 치료적 기능을 가진 마을로 만들었다. 1800년까지는 교회에서 이곳을 방문하는 순례자와 정신장애자들을 관리하였으나 지금은 벨기에 정부의 공중보건 및 가족부의 병원과에서 관장하고 있다.

    이 곳에 머무는 정신장애 환자의 수는 1938년의 3736명을 정점으로 계속하여 감소하였고, 1975년 1월에는 1256명의 환자가 1000세대의 입양가정(foster home)에 거주하였고 당시 Geel마을의 주민은 약 3000명이었다. 현재는 입원병원과 가족 프로그램간에 긴밀하게 상호 협력하는 관계를 가지고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현재 이곳에 머무는 환자의 2/3는 정신지체이어서 정신장애자는 적고, 또한 2/3는 남자들이다.

    이들은 평균 15년에서 20년을 Geel마을에서 머물기 때문에 이들에게는 실제로 평생의 안식처가 되기도 한다. 이 Geel 마을에서의 생활하는 환자들은 자신을 받아들인 입양가정에 각자 개인의 방을 가지고 있으며 그 가족들과 새로운 가족생활을 한다. 식사, 간단한 집안 일, 리커리에이션 등 집안에서의 모든 활동을 새 가족들과 함께 한다. 그리고 입양가정의 농사일이나 가게의 일을 돕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동네의 다양한 행사에도 함께 참여하여 지역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하면서 새로운 생활에 적응해 간다.

    일본의 삼마이바시(三枚橋)병원 주위 주민들의 정신질환자에 대한 의식조사 결과는 정신장애자들에 대한 편견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방안을 제시해준다(이시가와, 1990). 이 병원에 가장 가까이 사람들을 A집단, 조금 떨어져서 사는 사람들을 B집단 그리고 멀리서 사는 사람들을 C집단으로 하여 서로 비교하였다.

    “환자를 보는 기회의 정도”와 “환자가 폐를 끼친 정도”에 대해서는 A B C의 순서이었다. 그리고 “환자가 이웃에 와서 살면 그를 받아들이고 도와 주시겠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A B C의 순서이었다. 그러나 “다른 곳으로 가라”에는 C B A의 순서이었다. 비록 주민들에게 부담을 주는 환자들이지만, 이들과 접촉하는 기회가 많은 사람일수록 환자를 수용하는 태도를 더 높게 보였다.

    대구대학교는 한국사회사업대학으로 개교하여 오늘까지 특수교육, 재활 및 사회복지 분야에 깊은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전문가를 양성하고 현장에서 실천하는 교육기관으로 이름이 알려져 있다.

    전체 고용자 1,120명에 대한 법정 장애인고용인원은 9명이지만 현재 33명의 장애인을 고용하고 있다. 그리고 275명(시각 66, 청각 47, 지체 159, 기타 3)의 장애학생이 학교의 다양한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으며 재학 중이다. 장애인이 아닌 교직원과 학생들의 장애인들과 함께 하는 생활은 장애인을 특별히 의식하지 않는 매우 보편적인 일상생활이다.

    앞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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