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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독립성 수호 인물”이라더니…최재형 흔드는 여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여권의 최재형 감사원장 흔들기가 극히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송갑석 민주당 의원은 지난 23일 대정부질문에서 감사원의 월성 1호기 감사와 관련, “원장 친인척 중 원전업계 인사가 있어 원전업계 대리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며 최 원장을 겨냥했다. 또 “(최 원장이) ‘대선에서 41%의 지지밖에 받지 못한 정부의 국정과제가 국민의 합의를 얻었다고 할 수 있겠느냐’며 국정과제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26일에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송 의원이) 최 원장이 한 발언이라고 소개한 내용은 모두 사실”이라며 “(최 원장이) ‘대통령이 시킨다고 다 하냐’는 발언도 했다”고 거듭 압박했다. 어제는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이 “월성 1호기 감사를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며 또 국회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월성 감사 발표 전 여권 인사들 줄줄이 공격 #감사원 생명인 독립성·중립성 훼손 중단을

조만간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월성 1호기 감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여권 인사들이 줄줄이 최 원장을 공격하고 있다. 노골적인 ‘감사원 흔들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감사원 감사 결과 ‘월성 1호기 폐쇄는 부당하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는 보도도 나오는 가운데 탈원전 정책의 정당성에 문제가 생길까 봐 최 원장을 공격하는 것은 아닌가.

감사원법 2조에 “감사원은 대통령에게 소속하되, 직무에 관하여는 독립의 지위를 가진다”고 돼 있다. 대통령 직속 헌법기관인 감사원은 그 독립성을 생명으로 한다. 그 수장을 맡은 최 원장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임명 당시 “감사원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수호할 적임자”라고 추켜세웠다. 아들 두 명을 입양했고 고교 시절 다리가 불편한 친구를 2년 동안이나 업고 등하교시켰던 최 원장에겐 ‘미담 제조기’란 별명이 있다. 청와대도 이런 면모를 적극 홍보하지 않았나. 하지만 최 원장이 정부가 불편해하는 월성 1호기 감사를 시작하면서 여권에선 그에 대한 불편한 기색이 역력해졌다. 급기야 최근엔 최 원장에게 직격탄을 날리기에 이르렀다. 감사원이 청와대와 다른 목소리를 내고 독립성을 가지는 것은 비판받을 일이 아니다. 감사원의 독립은 법이 보장한 바다.

여권에서 쏟아내는 최 원장에 대한 공격을 보면 마치 감사원이 청와대가 하는 대로 움직이는 게 정답이란 소리처럼 들린다. 어처구니없는 주장이다. 특히 최 원장에 대한 여권의 압박을 보면 임명 당시 추켜세웠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내치려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경우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최 원장은 감사원 내부 회의에서 “외부 압력에 길들여진 감사원은 맛을 잃은 소금과 같다”고 했다고 한다. 그 말이 맞다. 감사원이 지녀야 할 가치다. 여권은 감사원 흔들기를 중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