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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폭등’ 해법찾기 난항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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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6호 01면

“서울의 주택은 부족하지 않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3년 전 취임 직후부터 줄곧 이렇게 주장해왔다. 주택은 부족하지 않은데 다주택자가 집을 계속 사면서 집값이 오른다는 주장이다. 지금까지 내놓은 22번의 부동산 대책도 대부분 다주택자를 옥죄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지난 2일 문재인 대통령이 김 장관을 불러 “발굴해서라도 서울에 주택 공급을 늘리라”고 주문했다.

컨트롤타워 혼선 시장서도 조롱 #경실련 “김현미 장관 경질하라” #찔끔찔끔 공급해선 효과 의문 #“확실한 대책 내놔야 시장 안정”

청와대가 최근의 서울 집값·전셋값 상승의 원인으로 주택 공급 부족을 꼽았지만, 주무부처 장관은 그동안 딴생각을 한 것이다.

미래통합당은 김 장관을 향해 “집값이 폭등하고 있는데도 무엇이 잘못되었는지조차 모르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장관이 시장의 흐름을 정확히 읽지 못하니 정부가 쏟아낸 집값 안정 대책이 시장에 먹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컨트롤타워는 신뢰를 잃었고 심지어 시장에서 조롱당하는 지경이 됐다. 그러자 정부 여당과 지방자치단체에선 이렇게, 저렇게 주택을 공급하자는 주문이 백가쟁명식으로 쏟아졌다. 부동산 해법 찾기에 골몰하는 모습이었지만, 협의 없이 공급 대책을 중구난방 언급하면서 되레 시장을 들쑤시고 있다. 서울시가 재건축을 다시 진행하자고 나서면서 여의도·압구정 등지의 재건축 아파트값이 상승세로 전환했다. 급기야 여당은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서라도 세종시로 청와대·국회를 이전해야 한다고 나섰다. 세종시 아파트 매도 호가는 일주일 새 확 뛰었다.

그런데 정작 핵심 대책인 ‘주택 공급’ 방안은 여전히 안개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정부는 이달 말 공급 대책을 내놓을 예정인데, 주택 공급 효과가 큰 그린벨트 해제 카드는 논란이 일자 폐기했다. 재건축 규제 완화를 통한 도심 공급 확대도 채택할 가능성이 작다.

남은 공급 방안은 대부분 산발적인 소규모 땅을 개발하는 정도여서 주택 공급 효과를 극대화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4일 이 같은 혼란의 책임을 물어 김 장관을 경질하라고 요구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이번에 확실한 주택 공급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과열된 시장을 식히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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