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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美에 北영변·강선 핵시설 폐기 끌어내겠다 제안했지만 불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한(지난 7~9일)을 앞두고 북미 비핵화 협상을 중개하려고 했지만 무산됐다는 일본 언론 보도가 나왔다.

요미우리, 한미일 협상 소식통 인용 보도 #"韓, 미국에 '영변+α' 폐기 끌어내겠다며 #평양 인근 강선 비밀시설 추가 폐기 제안" #"美는 ICBM 제조시설 정보 등 추가로 요구" #"北, 제재 명확한 입장 없이는 회담 무의미" #

22일 요미우리신문은 ‘한국의 북미중개 불발’이란 제목의 서울발 기사에서 한미일 협상 소식통을 인용해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지난달 중순 워싱턴을 방문해 비건 등과 협의할 때 한국의 ‘중개자 역할’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당시 이 본부장이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노력하고 싶다. 한국은 중개자 역할을 적극적으로 맡겠다”면서 한국의 구상을 전했다고 말했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 8일 오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회동을 마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 8일 오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회동을 마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측은 우선 협상 방식과 관련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들며 “실무자 협의를 거듭할 게 아니라 톱다운(방식)으로 해결을 도모하는 형태”를 제안했다고 한다.

구체적인 방향성에 대해선 “북한을 설득해 영변 핵시설 폐기 이외에 비핵화 조치를 추가하는 ‘영변+α’를 끌어내겠다”고 제시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한국 측은 평양 인근 강선에 위치한 비밀 우라늄 농축시설을 추가 폐기 대상(α)으로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간 상업위성 플래닛랩이 지난 1월 16일 북한 평양 인근 산음동 미사일연구센터에서 다수 차량 및 대형 컨테이너 이동을 포착했다.[미들버리국제연구소 트위터 캡처]

민간 상업위성 플래닛랩이 지난 1월 16일 북한 평양 인근 산음동 미사일연구센터에서 다수 차량 및 대형 컨테이너 이동을 포착했다.[미들버리국제연구소 트위터 캡처]

그런데 미국 측은 “강선만으로는 불충분하다”며 세 가지 추가 조치를 요구했다고 한다. ①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제조 시설로 보이는 산음동 연구시설의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리스트 제출, ②모든 핵 개발 계획의 포괄적 신고 및 미국과 국제조사단의 완전한 형태의 출입, ③모든 핵 관련 활동 및 새로운 시설의 건설 중단 등이다.
한국은 이런 미국 측의 주장을 물밑 접촉을 통해 북한에 타진했지만, 부정적인 대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북측은 “미국이 대북 경제제재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이 없는 한, 북미회담은 무의미하다”는 입장을 전했다는 것이다.

요미우리는 “미국 측은 비건 방한 때 판문점에서 북측과 접촉하는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두고) 한국 측과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 조건에 대해 논의했다”면서 “북미 간 입장 차이가 너무 커서 11월 미 대통령 선거 전에 북미 정상회담을 실현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짚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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