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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진, 문 대통령 취임 날 청와대 찾아 “종석이형 만나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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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참관단이 2006년 6월 평양 개선문 앞에서 찍은 단체 사진. 왼쪽 원 안이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오른쪽이 이혁진 전 대표다.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페이스북 캡처]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참관단이 2006년 6월 평양 개선문 앞에서 찍은 단체 사진. 왼쪽 원 안이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오른쪽이 이혁진 전 대표다.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페이스북 캡처]

5000억 원대 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빚은 옵티머스 자산운용의 설립자 이혁진 전 대표가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날 청와대를 방문했다는 증언이 나와 이 전 대표의 배후를 둘러싼 의문이 커지고 있다.

전 청와대 직원 “친한 관계라 말해” #통합당 “친분 없다던 대답과 배치” #2006년엔 임종석과 평양 다녀와 #임씨 측 “취임 당일 만난 적 없다”

21일 미래통합당 조해진 의원실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문 대통령 취임일인 2017년 5월 10일 오후 청와대를 찾아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여민관의 입구 ‘연풍문’에 간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곳에서 박근혜 정부 청와대 소속이던 지인 A씨를 30여 분간 만났다고 한다.

A씨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문 대통령 당선 다음 날 청와대에서 짐을 싸고 있는데 이 전 대표가 전화를 걸어와 청와대 앞이니까 나오라고 했다”며 “연풍문 2층 카페에서 만나 ‘어떤 일로 왔냐’고 물으니까 이 전 대표가 ‘내가 종석이 형(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랑 친하잖아. 종석이 형 만나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와 임 전 실장은 한양대 동문이다.

두 사람이 만난 연풍문 2층은 평소 일반인에게도 개방된 장소다. 다만 두 사람이 만난 날은 인수위 없이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공식 임기 시작일로 일반인이 연풍문에 오기 힘든 상황이었다고 한다. 조해진 의원은 “이 전 대표가 최근 잇따라 언론과 인터뷰를 갖고 ‘임 전 실장과 친분이 없다’고 해왔던 것과 배치되는 정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임 전 실장 측은 “(문 대통령 취임 당일) 두 사람이 만났다는 건 말도 안 된다. 청와대 전체 시스템을 너무 무시하는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또 “연풍문은 청와대 내부가 아니다. 아무나 오는 곳”이라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데, 인수·인계도 못 하고 청와대에 들어왔는데 그날 임 전 실장이 이 전 대표를 왜 만났겠느냐”고 했다.

이와 함께 이 전 대표가 2006년 6월 2~5일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에서 주관한 김일성종합대학 과학도서관 참관단 자격으로 임 전 실장과 함께 평양에 다녀온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임 전 실장은 경문협 이사장이었으며 이 전 대표는 이사였다. 두 사람은 평양 개선문 앞에서 40여명이 찍은 단체 사진에 함께 등장하며 이 사진은 경문협 페이스북에 게재돼 있다. 경문협 측은 “이 전 대표가 참관단으로 평양에 다녀온 것은 맞다. 그러나, 비영리 공익법인에서 일하기에는 부적절한 행동을 해 2006년 6월 말~7월께 이사 선임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김기정·홍수민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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