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사태 본 남성들, 요즘 돌려보는 책 '김지은입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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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책 '김지은입니다' 구매 인증.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책 '김지은입니다' 구매 인증.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지난 19일 경기도 성남시의 한 서점. 직장인 김모(30)씨는 “회사에 다니는 여자친구와 여동생이 생각나 책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손에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수행비서였던 김지은씨가 지난 3월 펴낸 책『김지은입니다』가 들려 있었다. 김씨는 “읽는 것만으로도 사회가 달라지고 있다는 메시지를 줄 것 같다”고 했다.

남성 독자가, SNS로 무료로 나눠주기도   

『김지은입니다』가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남성 독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소 사건이 계기다. 『김지은입니다』는 김지은씨가 대법원에서 안 전 지사의 실형 판결을 받아내기까지의 기록이 담겨 있다.

20일 인스타그램에는 남성 독자들이 이 책을 추천한 글이 많았다.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리고 “누군가에게 불편함을 줄 수도 있지만, 이 불편함이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한 이도 있었다.

『김지은입니다』는 이달 초 안 전 지사의 모친상 당시 정치권 인사들의 조문이 이어지면서 이에 대한 반발의 뜻으로 구매가 이어지기도 했다. 대학원생 신모(26)씨도 그 예다. 신씨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김지은입니다』 2권 무료 나눔 행사를 했다.

신씨는 “손정우 사건을 보며 달라지지 않는 현실에 좌절했다. 또 안희정·박원순 등 권력형 성폭력 사건들을 보면서 같은 감정을 느꼈다”며 “뭐라도 할 수 없을까 생각하다가 다른 남성 지인이 해당 책에 대해 무료 나눔 행사를 하는 것을 보고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의 책 나눔 행사는 다른 남성에게도 이어졌다. 신씨는 “주변 다른 남성들도 반응이 좋다. 응원이 이어진다”며 “사회에 보탬이 됐다는 기분이 든다. 피해자들에게 연대한다는 뜻을 보여주고 싶었다. 책 나눔 운동이 뜻깊은 사회운동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남성들도 한국 여성 문제에 감정이입"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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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들 사이에서 김씨의 책을 나눠주는 운동이 벌어지는 건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연대와 지지 움직임이란 해석이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건들의) 사실 여부를 떠나 “한국사회 여성들에게 감정이입을 하고 살펴보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이라고 평했다. 최 교수는 “이번 사건은 남성과 여성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권력과 피 권력자간의 문제, 기성세대와 청년세대의 문제라고도 볼 수 있다”며 “같은 감정을 공유한 이들이 연대의식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엔 이 책 관련 소동도 있었다. 지난 15일 온라인상에서 문재인 대통령 앞으로 이 책을 보냈는데, 청와대가 반송했다는 주장이 급속히 퍼진 것이다. 청와대는 이를 부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두 차례의 보안 검색 등 정식 물품 반입 절차를 거쳐 청와대에 도착한 『김지은입니다』 책은 잘 보관하고 있다”며 “퀵서비스 등으로 보낸 물품은 보안상 이유로 곧바로 반송 처리된다”고 밝혔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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