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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어촌계 진입장벽 낮추고 각종 지원 … 귀어인 성공 돕는 디딤돌 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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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 왕포마을 정착 5년 만에 귀어 성공시대를 연 한상연씨의 조업 장면. [사진 귀어귀촌종합센터]

부안 왕포마을 정착 5년 만에 귀어 성공시대를 연 한상연씨의 조업 장면. [사진 귀어귀촌종합센터]

코로나19 청정지역인 어촌으로의 이주가 주목받고 있다. 높기만 했던 어촌계 진입장벽이 원주민의 배려로 낮아지고, 정부의 각종 지원이 귀어인의 안정적인 어촌 정착을 뒷받침하고 있다. 잇달아 전해진 귀어귀촌 성공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주목받는 어촌 정착 사례 #2020년 귀어귀촌인대상 한상연씨 #여행 갔던 ‘왕포마을’매력에 귀어 #5년차에 연 5000만원 매출 ‘찐어민’ #어(漁)울림마을 대상 여수시 화태마을 #의무 거주기간 1년으로 낮추는 등 #‘정착하고 싶은 마을’ 프로젝트 진행

지난 2015년 전북 부안군 왕포마을에 정착한 한상연씨. 바닷가 마을을 여행하다 우연히 들른 어촌 마을의 매력에 빠져 결혼 직후 이곳으로 왔다. 고기잡이로는 으뜸이라 해 붙여졌다는 ‘왕포’. 바다를 벗 삼고 하늘을 지붕 삼아 걸을 수 있는 변산마을길, 그래서 ‘용왕님도 쉬어간다’는 작고 평화로운 마을이다. 한씨는 뛰어난 조업 환경과 자연경관을 놓치고 싶지 않았지만, 시행착오 없이 초기에 정착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창업·주택구매자금으로 배와 집 마련

걱정은 기우였다. 일단 정부의 초기 정착 지원금이 큰 힘이 됐다. 창업자금(최대 3억원)과 주택구매자금(최대 7500만원)으로 배와 집을 마련했다. 어업 활동으로는 모릿줄(주낙에서 낚시를 매단 줄을 연결하는 기다란 줄)에 아릿줄(돛대에 매어놓은 줄에서 갈려 나간 줄)을 달아 해산물을 낚는 연승어업을 선택해 주꾸미와 소라 채집에 나섰다. 거처가 마련되니 귀어 초반부터 돈벌이가 가능해졌다. 버는 즉시 재산이 됐다.

이 모든 것은 어촌 주민 모두를 가족으로 생각하고 그들에게 다가가 경계심을 낮출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한씨는 주민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하고 필요한 일이 없나 들여다봤다. 대소사를 챙기고 카풀이며 차량 픽업, 짐 나르기 등 마을 일에 소매를 걷었다. 풍어제 준비나 김장하기 등 공동체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한씨는 해양구조대 활동까지 시작했다. 마을을 위한 봉사라고 생각했는데 외려 어촌 공동체로 들어가는 통로가 됐다. 먼저 귀어한 마을의 선배가 멘토로 나서 한씨의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이는 조업 방향을 조언했고, 마을 사람들은 한씨를 마을 일원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5년. 이제 한씨 가족은 왕포마을에서 연매출 5000만원 이상을 벌어들이는 어엿한 어민으로 거듭났다. 이제 한씨 부부는 마을로 새로 들어오는 신규 귀어 가족을 돕는 멘토로 활약하고 있다.

2020년 우수 귀어귀촌인대상을 받은 한 씨는 모든 공을 왕포마을 주민에게 돌렸다.

“귀어 초기 큰 어려움 없이 조기 안착한 건 모두 주민들이 손을 내밀어준 덕분입니다. 지금은 어촌도 예전보다 더 개방적이고, 제도적 지원도 더 다양하고 커졌습니다.”

어업 체험기회 제공, 귀어 메카로 자리매김

여수 화태마을은 귀어 희망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어업활동 체험기회를 제공한다. 화태마을 전경.

여수 화태마을은 귀어 희망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어업활동 체험기회를 제공한다. 화태마을 전경.

2020년 어(漁)울림마을 대상을 받은 전남 여수시 화태마을은 그야말로 ‘공존의 마을’이다. 누가 원어민이고 누가 귀어인인지 모를 정도다. 신규 귀어인이 정착하고 싶은 마을로 손꼽힌다. 그 비결은 뭘까.

지난 2018년 화태마을 어촌계를 이끌 어촌계장에 귀어인 출신인 박민호(사진)씨가 선출됐다. 그리고 박 계장을 필두로 시작된 ‘정착하고 싶은 마을 만들기’ 프로젝트. 첫 과제는 어촌계 정관 개정이었다. 거주기간 10년을 채워야 하던 어촌계 진입장벽을 거주기간 1년으로 바꾼 게 신의 한 수였다. 벌써 6가구가 어촌계 정회원이 됐다.

회원 수가 늘자 그만큼 어촌을 살릴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그렇게 모인 아이디어들은 곧 현실이 됐다. 그중 하나가 귀어 희망자에게 다양한 어업활동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이었다. 화태마을에서 할 수 없는 어업은 협약을 맺은 다른 마을에서 체험하게 한다. 이를 통해 적성에 맞는 어업활동을 찾아 귀어귀촌을 할 수 있게 돕는다.

이뿐 아니다. 매달 한차례 귀어 가족과 다문화 가정을 대상으로 수협 위판장 현장 체험을 하도록 한다, 어촌계 공동 멍게 양식장을 만들어 귀어를 고민하는 가족이 선제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신규 귀어인에게 통발 어업과 가두리 양식 노하우를 전수하고, 매년 예비 귀어인을 대상으로 ‘어촌에서 살아보기’ 행사를 여는 것이 모두 박민호 어촌계장이 새롭게 시작한 사업이다.

귀어인의 유입을 통한 활력 있는 어촌을 만들기 위해 정부도 다양한 귀어귀촌 관련 지원을 하고 있다. 귀어귀촌희망인을 위한 상담·교육·홍보 등을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귀어귀촌종합센터 운영부터 초기 귀어귀촌인들을 위한 귀어 창업 및 주택 구매 자금 지원, 만 40세 미만 청년 귀어인을 위한 정착지원까지, 모두가 귀어귀촌을 통한 어촌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이다.

낮아지고 있는 어촌계 진입장벽과 다양한 정부 지원,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앞두고 청정지역 어촌으로의 이주가 주목받는 이유다.

중앙일보디자인=김재학 기자  〈kim.jaih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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