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날 웬 비구름…주말, 英 상공 뒤덮은 개미떼의 정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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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하늘이 날아다니는 개미떼의 습격을 받았다. 그 규모가 너무 커 비구름으로 잘못 감지될 정도다. 17일(현지시간) 영국 기상청은 런던과 켄트 등 남동부 상공을 찍은 기상 레이더 영상을 트위터에 공유했다.

17일(현지시간) 영국 기상청 레이더에 푸른색으로 기록된 날아다니는 개미떼. 개미떼 규모가 너무 커 비구름으로 기록됐다. 오른쪽 사진은 날아다니는 개미. [영국 기상청 트위터 캡처, 픽사베이]

17일(현지시간) 영국 기상청 레이더에 푸른색으로 기록된 날아다니는 개미떼. 개미떼 규모가 너무 커 비구름으로 기록됐다. 오른쪽 사진은 날아다니는 개미. [영국 기상청 트위터 캡처, 픽사베이]

지난 주말 영국 기상청 레이더에는 남동부 상공 위를 뒤덮은 푸른색 무리가 감지됐다. 비구름처럼 보였지만, 이날 이 지역 날씨는 화창했다.

기상청은 푸른색 무리의 정체를 “날아다니는 개미떼”라고 설명했다. 개미떼가 엄청난 규모로 운집해 날아가는 바람에 기상 레이더가 비구름으로 오인한 것이다.

실제 같은 시간 영국 트위터에는 하늘 위 비행 개미떼를 찍은 사진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영국 시민들은 하늘은 물론이고, 풀밭, 숲, 길거리까지 점령한 개미떼 사진을 찍어 올렸다.

17일 영국 상공을 날아다니는 개미떼. [트위터 @NTGates 캡처]

17일 영국 상공을 날아다니는 개미떼. [트위터 @NTGates 캡처]

영국은 매년 여름이면 비행 개미떼의 습격을 받는다. 이른바 ‘날아다니는 개미의 날’(Flying Ant Day). 여왕개미와 수컷 개미가 짝짓기를 위해 서식지를 이동할 때 생기는 현상으로 ‘혼인 비행’으로 불린다.

여왕개미는 비행하면서 '페로몬'을 분비해 수컷 개미들을 유인한다. 수컷 개미들이 여왕개미를 뒤쫓아 날아가며 개미떼가 형성된다. 이때 여왕개미를 쫓다가 힘이 빠진 수컷 개미들은 중간에 밑으로 떨어진다. 이 때문에 상공은 물론이고 지상에까지 개미들이 즐비하다.

CNN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지상으로 떨어지는 개미가 너무 많아 기상청 레이더가 개미떼를 소나기로 기록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혼인 비행을 위한 최적의 날씨는 따뜻하고, 습하고, 바람 없는 환경이다. 영국 기상청은 지난 주말이 '날아다니는 개미의 날'에 가장 적합한 날씨였다고 전했다.

영국 남동부 지역의 길거리에 출몰한 개미떼. 거리를 뒤덮은 개미떼가 흰 점처럼 보인다. [트위터 @Pam_P73 캡처]

영국 남동부 지역의 길거리에 출몰한 개미떼. 거리를 뒤덮은 개미떼가 흰 점처럼 보인다. [트위터 @Pam_P73 캡처]

혼인 비행 개미떼는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고, 생활에도 불편을 주고 있다. 그러나 영국 왕립 생물학 협회(RSB)는 이런 현상이 생태계에 도움을 준다며 영국인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RSB측은 “개미들이 이동하며 내뿜는 물질들이 토양 및 다른 생물들의 번식을 도와준다”고 말했다. 이어 “개미들은 인간에게 해롭지 않으니, 개미떼가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당부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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