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마중 나갔다가, 격리중 가족 만났다가…해외발 2차 감염 사례 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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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해외 유입 사례가 늘어나는 가운데 14일 인천국제공항에서 해외입국자가 직원의 안내를 받고 있다. 이날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해외유입 감염자가 19명, 지역발생 감염자 14명을 기록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해외 유입 사례가 늘어나는 가운데 14일 인천국제공항에서 해외입국자가 직원의 안내를 받고 있다. 이날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해외유입 감염자가 19명, 지역발생 감염자 14명을 기록했다. 뉴스1

해외에서 유입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국내 발생 감염자를 추월하면서 '해외발'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방역 당국은 지역사회로의 전파를 우려할 단계는 아니라고 밝혔다.

해외 유입에 따른 국내 감염 7건으로 집계 #공항서 이동 중 2명, 자가격리 과정서 5명 감염 #방역당국 "해외유입에 따른 지역 감염은 아냐"

해외 입국자 가운데서 코로나19 환자가 나오고는 있지만 '방역 통제' 범위 안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해외 유입 환자에 감염되는 경우 역시 공항에서 자가격리지로 이동하거나, 자가격리 중 2차 감염이 일어나는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18일 정례 브리핑에서 "해외 유입에 따른 2차 감염 사례는 모두 7건"이라며 "지역사회 전파까지로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권 부본부장은 "해외유입에 따른 국내 감염은 지난 4월에 1건, 6월에 4건, 7월에 2건으로 확인됐다"며 "입국 후 맞이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감염이 2건, 자가격리 중 발생한 감염이 5건으로 자가격리 위반이 많다"고 덧붙였다. 방역 당국은 모든 해외 입국자를 대상으로 2주간 자가격리를 하도록 하고 있으나 자가격리 과정에서 가족 등과의 접촉으로 2차 감염이 발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해외 입국자 차량 이동 땐 악수·대화도 말아야 

실제로 우즈베키스탄에서 입국한 A씨는 경남 양산에서 자가격리 중 지난 12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인천국제공항에서 입국해 KTX를 타고 울산역에 도착했는데, 직장 동료인 B씨가 마중을 나와 자신의 차로 A 씨를 양산까지 데려다줬다. A씨가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자 보건소는 접촉자인 B 씨에 대해 검체 검사를 했고 B씨 역시 최종 양성 판정을 받았다.

 방역강화 대상 국가에서 입국하는 모든 외국인에 대한 유전자 증폭검사(PCR) 음성 확인서 제출 의무화가 시행된 13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외국인 입국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날부터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방역강화 대상 국가에서 입국하는 외국인들은 출발일 기준 48시간 이내에 발급한 PCR 음성확인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연합뉴스

방역강화 대상 국가에서 입국하는 모든 외국인에 대한 유전자 증폭검사(PCR) 음성 확인서 제출 의무화가 시행된 13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외국인 입국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날부터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방역강화 대상 국가에서 입국하는 외국인들은 출발일 기준 48시간 이내에 발급한 PCR 음성확인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연합뉴스

권 부본부장은  "입국 후엔 마스크를 항상 착용해야 하고 수화물을 찾기 전후에도 손 위생을 해야 한다"며 해외 입국자에 대한 방역 수칙 준수를 당부했다. 자가격리 장소로 이동할 때엔 악수와 같은 신체접촉을 하지 않고, 차량 뒷좌석에 앉아 최대한 접촉을 줄여야 한다는 조언도 했다.

또 비말(침)을 통해 코로나19가 전파되는 점을 고려해 이동 시 차 안에서 음식물 섭취를 하지 않고, 대화도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도 말했다. 권 부본부장은 "자가격리 장소에 도착한 후에도 짐가방 등 소지품 표면에 대한 소독을 철저히 하는 등 해외 입국자에 대한 입국 후 조치사항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해외 유입 환자에 따른 7건 감염 중 5건은 자가격리 중 발생 

권 부본부장은 해외 입국자의 자가격리가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해외 유입에 따른 코로나19 전파 7건 중 5건이 자가격리 중 발생했고 이 가운데선 자가격리 위반 사례가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권 부본부장은 강원도 평창에서 나온 3명의 감염을 예로 들었다.

지난 1일 과테말라에서 들어온 C씨는 경기도 김포에서 자가격리를 해왔다. 함께 귀국한 자녀 2명은 음성으로 C씨의 확진 후 외가가 있는 평창에서 격리를 해왔다. 자가격리 해제 전인 지난 14일 아이들을 돌보던 C씨의 어머니와 자녀 1명이 검사에서 양성이 나왔다. 권 부본부장은 이에 대해 "해외 입국자 자가격리 중에 가족 사이에 전파가 이뤄진 부분으로 앞으로 자가격리 이행에 더욱 철저를 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5월 이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5월 이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어떤 나라도 코로나 유행 터널 벗어나지 못한 상황" 

권 부본부장은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전 세계 통계를 보면 확진자 수가 마치 매일 기록을 경신하듯 증가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지난 17일 WHO 수치로는 전 세계에서 23만7000명이 확진됐고 미국, 브라질, 인도 등이 각각 300만, 200만, 100만을 넘는 코로나19 환자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웃 나라인 일본도 확진 규모는 작지만,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라며 "다른 국가들도 규모의 차이만 있을 뿐 코로나19는 여전히 유행 중으로 어떤 나라도 코로나 유행 터널에서 벗어났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5월 이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5월 이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는 "세계적 확산세 대응해 특별입국 관리와 접촉자 관리, 철저한 자가격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오는 20일부터 기존 4개국이던 방역 강화 대상 국가를 2개 더 늘려 총 6개 나라에 대해 조치를 강화한다"고 덧붙였다. 방역 당국은 외교 문제 발생 가능성을 이유로 추가한 국가명을 공개하진 않은 상태다. 기존 방역 강화 대상국은 방글라데시와 파키스탄,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이다. 이 국가에서 입국하는 외국인은 출발일 기준 48시간 이내 코로나19 검사 음성 확인서를 내야 한다.

권 부본부장은 "러시아에서 출항하는 국내 입항 선박 중 국내 항만에서 접촉자가 많은 선박의 선원에 대해서도 사전에 코로나19검사를 할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그는 이어  "코로나 유행이 전 세계적으로 지속하는 한 국내에서 크고 작은 집단감염, 거리 두기 조치를 강화하거나 완화하는 일 등은 앞으로도 계속 자주 겪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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