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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국토부 영끌해서 대책 내놔라” 김현미에 격한 말한 與

중앙일보

입력

7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35회 국무회의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상조 정책실장(왼쪽부터)이 회의 시작을 기다리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7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35회 국무회의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상조 정책실장(왼쪽부터)이 회의 시작을 기다리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우리의 주문은 서울에 주택 공급을 늘리라는 그것 딱 하나다.”

더불어민주당 핵심 관계자가 17일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당·정 협의의 골자를 설명한 말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당의 요청에 “주택공급은 충분하다”며 반기를 들고 있다.

민주당과 김 장관은 6·17 대책의 후속 격인 7·10 부동산대책 마련 과정에서 적지 않은 불협화음을 보였다.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 회의에선 김 장관과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 격한 말이 오갔다. 중앙일보가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당시 상황은 이렇다.

▶A의원=정부 공급대책에서 서울 시내는 제외돼 있는 건가.
▶김 장관=경기권 포함 수도권 전체 공급이 서울시 수요를 포괄할 수 있다.
▶A의원=서울 시내에는 그럼 공급이 필요없다는 건가.
▶김 장관=중요한 것은 수도권 공급이다.

그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은 그린벨트 해제 등 서울 시내 택지 확보를 위한 구체적 방법도 내놨다고 한다.

▶B의원=역세권 용적률 상향을 포함한 거점지역 고밀도 개발을 해야 한다.
▶김 장관=무분별한 고밀도 개발은 자칫 주변 아파트값을 치솟게 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B의원=다른 방법이 없지 않나.
▶김 장관=투기지역에 그러한 방안은 어렵다.

김 장관의 ‘철벽 방어’에 민주당 의원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고 한다. 민주당 국토위 핵심 의원은 “‘서울 시내 부지가 없다’라거나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국토부 주장을 김 장관도 어느새 반복하고 있다. 국토부 관료에 포섭된 거 같다”며 “내 신조는 하나, 국토부에서 안 된다고 하는 건 거짓말이라는 거다. 그걸 계속 믿어와서 부동산이 이렇게 되지 않았나”라고 했다.

앞서 지난 9일 김 장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 등이 모인 긴급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도 민주당 소속 한 참석자는 “자꾸 국토교통부가 딴소릴 한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진선미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앞줄 오른쪽 세 번째부터) 등 참석자들이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국토교통위원들과 국토교통부와의 당정협의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진선미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앞줄 오른쪽 세 번째부터) 등 참석자들이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국토교통위원들과 국토교통부와의 당정협의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국토부가 영혼까지 끌어모아라”

“뭐라도 만들어오라”는 당의 압박에 김 장관은 동분서주하는 모양새다. 당·정 회의를 가진 15일 김 장관은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만났다.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을 포함한 국방부 보유 유휴지를 택지로 전환하는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사관학교와 태릉골프장 등 150만㎡를 택지로 확보하면 2만 세대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지만, 국방부는 2018년에도 반대했다. 원내 핵심관계자는 “이번에도 국방부가 반대하면 설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정부와 여당이 서울 주택공급 확충 방안의 하나로 꼽은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 전경. [연합뉴스]

정부와 여당이 서울 주택공급 확충 방안의 하나로 꼽은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 전경. [연합뉴스]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를 통한 택지 마련도 당·정 회의에서 검토됐지만 당장 서울시가 “그린벨트를 해제는 없을 것”이라며 버티고 있다. 박 전 시장이 사망 전날 이해찬 민주당 대표를 국회에서 만난 것도 당의 “그린벨트 해제” 요구에 반론을 펴기 위해서였다.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박 전 시장이 돌아가신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린벨트 해제 결정을 하면 당도 우스운 상황이 된다”고 했다.

결국 남은 건 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땅을 활용하는 방안이다. 당장 서울 용산역 정비창 부지를 중심상업지역으로 지정해 용적률을 최대 1500%까지 높여 기존 8000가구에서 2만 가구로 공급량을 늘리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한 가지 방법만으론 안 되고 다양한 방법을 모두 모아야 한다”며 “국토교통부가 영혼까지 끌어모아 와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여권에선 김 장관을 두둔하는 시각도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서울 주택공급을 확대하면 국가 균형발전을 결국 해치는데 당은 여론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다”며 “현 시점 대한민국에서 가장 힘든 이는 김현미 장관일 것”이라고 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국민 체감을 높이기 위해 충분히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는 건 김 장관의 지론이다. 당보다 장관 마음이 더 급한 상황”이라고 했다.

김효성·정진우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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