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렌 버핏이 원칙 깨고 산 애플 주식, 넉 달 만에 48조 급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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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CEO. AP=연합뉴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CEO. AP=연합뉴스

대형주를 사들이지 않는다는 자신의 투자 원칙을 깨고 애플에 투자한 워런 버핏이 대박을 터트린 것으로 나타났다.

CNBC 방송 등 미 언론은 16일(현지시간)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가 보유한 애플 지분 가격이 지난 3월 바닥을 쳤던 시점 이후로 400억 달러(약 48조원) 올랐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지난 3월 20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애플 주가가 71% 급등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애플 주식 2억4500만주를 보유해 기관투자자로서는 두 번째로 많은 지분을 보유한 버크셔해서웨이도 큰 수익을 올렸다.

버핏은 지난 2016년 5월 처음으로 애플에 투자했다. 당시 버핏은 애플 주식 1000만주를 매입했고 이후 4년간 꾸준히 지분을 늘려왔다.

현재 버크셔해서웨이 주식투자 포트폴리오의 40%가 애플 주식이다.

버크셔해서웨이가 보유한 애플 지분의 총 가격은 950억 달러로, 매입 총액이 350억 달러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현재까지 애플 주식으로만 600억 달러를 벌어들인 셈이다.

버핏은 그간 ‘기업의 10년 후 모습을 상상하기 쉬워야 한다’며 자신이 잘 아는 분야에 투자하는 원칙을 고수해왔다.

이에 버핏은 애플보다 코카콜라를 선호했다. 코카콜라는 지속적인 수익 창출을 예상할 수 있고 회사의 현금 흐름 추정도 상대적으로 쉬운 반면 애플과 같은 IT 산업은 존속기간이 짧아 몇 년 후 어떤 국면을 맞을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버핏이 대형주인 애플에 투자하자 ‘내재가치가 있지만 저평가된 기업을 발굴해 투자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한다’는 자신의 가치투자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의 여파로 보험, 에너지 등 다른 투자 대상이 큰 타격을 받은 상황에서 애플 덕분에 다른 투자 손실을 만회할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CFRA리서치 소속 애널리스트인 캐시 세이퍼트는 CNBC에 “버핏이 자기 원칙만 고수하고 오직 가치주만 사들였다면 그의 포트폴리오가 잘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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