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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털이·악플···경찰, 박원순 고소인 '2차 가해' 광범위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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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경찰이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A씨에 대한 '2차 가해' 행위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 방침을 밝혔다. 박 시장 사망 후 온·오프라인 상에서 출처 불명의 고소장을 유포한 행위와 A씨에 대한 악성 댓글을 단 사람들이 직접적인 수사 대상이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 등으로 고소한 피해여성을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사가. 뉴시스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 등으로 고소한 피해여성을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사가. 뉴시스

경찰 "광범위하게 조사하겠다"  

서울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과는 15일 피해자 A씨가 제출한 2차 피해 관련 사건에 대해 사이버수사팀 1개 팀이 지원을 받아 수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상 악플이나 SNS 글 등 모든 사항을 광범위하게 수사 대상에 두고 있다"며 "수사를 통해 피의자들을 찾아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고소인 A씨측은 지난 13일 "2차 가해자들을 처벌해달라"며 고소장을 제출했다. 다음날 경찰에 출석해 고소인 조사를 받았다. A씨 측은 "온라인에서 피해자의 신상을 색출하고 '(비서진 목록 등을 토대로 고소인이 누구인지) 좁혀가겠다', '책임을 묻겠다'고 하는 이들이 있었다"며 "고소인이 이들로 인한 2차 피해로 더한 고통을 겪고 있다"고 했다.

명예훼손·모욕·개인정보유출죄 적용 가능

경찰이 2차 가해자들에게 적용을 검토 중인 혐의는 명예훼손과 모욕죄 등이다. 신진희 대한법률구조공단 변호사는 "성범죄에서 2차 가해는 신상 정보가 유출되거나 지라시·댓글 등 피해자를 압박하는 말을 하는 경우"라며 "유포된 고소장과 지라시들이 사실이라면 사실적시 명예훼손, 허위라면 허위사실 유포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 변호사는 "A씨를 조롱하고 희화한 악플의 경우 모욕죄가 성립된다"고 덧붙였다.

지라시에 A씨측 고소장이라며 처음 유포한 사람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김범한 YK 법무법인 변호사는 "지라시 등에 민감한 신상 정보가 담겨있었다"며 "처음 유포한 사람이 특정된다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만약 최초 유포자가 공무원이라면 직권 남용 혹은 공무상 기밀 누출 혐의도 가능하다"고도 말했다.

"2차 가해는 양형 가중 사유" 

경찰이 2차 가해자들을 밝혀낸다면 가중처벌 가능성도 거론된다. 박찬성 변호사(고려대 인권센터 법률자문)는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화된 사건인 데다 2차 피해의 중대성이 크다"며 "만일 2차 피해 유발자들에 대한 형사처벌이 이루어지게 되는 경우 양형 가중사유로서 고려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최근 법원은 성폭력 피해자에게 추가적인 피해를 준 경우 중한 양형 가중사유로서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대변인은 "민관합동조사단 구성해 진상규명2차 가해를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서울시 대변인은 "민관합동조사단 구성해 진상규명2차 가해를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다만 박 변호사는 "2차 가해 수사 자체는 일반적인 명예훼손 사건과 똑같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성폭력방지기본법으로 피해자를 보호할 법적 개념이 생긴 것은 맞다"면서도 "지라시나 댓글들을 ‘2차 피해 유발죄’ 또는 ‘2차 가해죄’ 등 명목으로 따로 수사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신진희 변호사 역시 "2차 피해를 받은 안희정 사건의 피해자 역시 악플을 '명예훼손죄'로 고소한 것처럼 이번 사건 역시 명예훼손·모욕 등 사건으로 처리된다"고 했다.

법원도 판결서 '2차 피해' 인정  

2017년 법원은 '르노삼성 내 성희롱 사건'에서 처음으로 제3자의 소문 유포, 희화화 등을 '성폭력 2차 피해'로 인정한 바 있다. 2018년에는 제자를 성희롱해 해임된 대학교수에게 "성희롱 사실을 문제로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부정적 반응이나 여론,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 등에 노출되는 `2차 피해`를 볼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2019년 12월부터 시행된 여성폭력방지기본법에서도 '2차 피해'를 수사·재판 등 사건처리 과정에서 입는 신체적·정신적 피해로 규정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연합뉴스

서울지방경찰청. 연합뉴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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