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복제인간

중앙일보

입력

영국의 여류작가 매리 셸리가 1818년에 쓴 공상과학소설 『프랑켄슈타인』은 자신이 만든 '괴물인간' 에 의해 목숨을 잃는 빅토르 프랑켄슈타인 박사에 관한 이야기다.

프랑켄슈타인은 자기 손으로 인간을 만들 결심을 하고 연구에 몰두한다.

시체 조각들을 모아 사람의 형체를 만든 뒤 산모의 양수를 끓여 붓고 신체의 여러 부위에 전류를 가해 재생인간을 창조하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은 인간의 형체를 한 괴물이었다. 프랑켄슈타인은 후회를 하고 괴물을 없애려 하지만 오히려 괴물의 손에 죽고 만다.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한창이던 19세기 는 과학에 대한 믿음이 복음처럼 퍼지던 시기였다. 프랑켄슈타인의 인간 창조에는 당시 화학과 생물학의 최신 이론들이 동원됐다.

특히 이탈리아 출신 과학자 루이지 갈바니의 '동물전기' 이론이 결정적 기여를 했다. 그는 뇌에서 나온 전기가 신경을 통해 근육에 전달돼 수족을 움직이는 거라고 주장했다.

셸리는 과학의 힘으로 창조주를 대신할 수 있다고 믿는 인간의 오만과 광기에 경종을 울리고 싶었지만 인간의 오만은 끝을 모르는 것 같다.

캐나다 종교집단인 '라엘리언' 이 지원하는 생명공학기업인 클로네이드가 다음달 인간복제 작업에 착수한다는 소식이다.

21세기의 프랑켄슈타인을 자처하고 나선 셈이다. 생후 10개월 만에 죽은 아이를 꿈에도 못잊어하는 한 부부의 간절한 소망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죽은 아이의 체세포에서 추출한 핵을 난자에 주입해 수정란을 만든 뒤 이를 대리모의 자궁에 착상시키는 방식이 동원된다고 한다.

복제양 돌리를 만들 때도 같은 방식이 사용됐다. "누가 해도 할 일" 이라며 이 회사는 연내에 작업을 마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어 심각한 윤리적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복제기술로 탄생한 아이는 일찍 죽거나 불구가 될 위험이 매우 높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동물복제의 경우 95%가 배아 상태에서 죽었고 출생에 성공하더라도 바로 죽거나 심각한 기형이 많다는 것이다. 셸리는 자신의 소설에 '현대의 프로메테우스' 라는 부제를 달았다.

그리스 신화에서 프로메테우스는 진흙으로 인간(남자) 을 빚어 생명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제우스신은 여자 인간 판도라를 만들게 했다. 판도라가 선물로 받은 상자를 열면서 인류의 불행은 시작됐다.

'판도라의 상자' 를 열고 나오는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을 보게 되는 건 아닌지 정말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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