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적용할 최저임금이 사실상 올해 수준에서 동결됐다. 1.5% 인상된 시급 8720원이다. 역대 최저 인상률이다. 취약계층을 타깃으로 하는 최저임금의 성격을 감안해 완전한 동결 대신 상징적 인상률을 택함으로써 동결 효과를 노렸다는 분석이다.
1.5% 올려 사실상 올해 수준 동결 #노동계 퇴장 속 공익위원안 채택 #자영업 부담 경감, 고용유지 방점
주휴수당을 포함한 실질 최저임금은 시급 1만474원이다. 이 액수를 적용해 월급으로 환산하면 182만2480원이다. 연봉으로는 2186만9760원이다. 여기에 최저임금 산입에 포함되지 않는 수당이나 성과급은 제외돼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4일 제9차 전원회의를 열어 이같이 심의·의결했다. 민주노총 소속 근로자위원 4명은 불참했다. 사용자위원이 삭감안을 굽히지 않은 데 대한 항의 표시였다. 사용자위원은 맨 처음 2.1% 삭감안을 냈다가 9일 수정안도 올해보다 1% 깎은 8500원을 제출했다. 13일 회의부터 사용자 측은 소폭 인상안(0.349~0.52%)을 냈으나 노동계의 수정 요구안(6.1%)과는 차이가 컸다.
막판 협의 과정에서 노동계가 과거 경제위기 때 인상률 수준에 근접하는 안을 제시하며 노사 간 간극이 3% 안팎까지 좁혀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결국 공익위원이 1.5%(130원) 인상 단일안을 내고 표결에 부쳤다.
한국노총 소속 근로자위원 5명은 너무 낮은 인상률 제시에 반발해, 소상공인연합회 소속 사용자위원 2명은 삭감 또는 동결되지 않은 데 불만을 품고 각각 퇴장했다. 이에 따라 최저임금위원 27명 중 16명이 출석해 찬성 9명, 반대 7명으로 공익위원안이 가결됐다. 1.5% 인상률은 사상 첫 1%대 인상률로 88년 최저임금제가 시행된 뒤 가장 낮다. 외환위기 때(99년)도 인상률이 2.7%였다.
권순원(숙명여대 경영학 교수) 공익위원 간사는 “2020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0.1%와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 0.4%, 근로자생계비 개선분 1%를 합산해 1.5%로 인상 수준을 도출했다”고 말했다. 또 “일자리가 생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반이다. 최저임금이 기대 이상으로 올랐을 때 초래될 수 있는 일자리 감축의 부정적 영향이 훨씬 크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위기에 따른 부담 경감과 고용 유지에 방점을 찍었다는 얘기다. 한국 최저임금이 중위소득의 60%대로 30~40%대인 선진국보다 훨씬 높은 점도 고려됐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