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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지에 '다 드세요' 조롱 낙서···지방의원 싸움에 군민들 분노

중앙일보

입력

부산 기장군민 100여명은 지난 10일 오후 2시 기장군청 앞에서 투표용지에 조롱 섞인 낙서를 한 기장군의회 의원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사진 기장군 주민자치협의회]

부산 기장군민 100여명은 지난 10일 오후 2시 기장군청 앞에서 투표용지에 조롱 섞인 낙서를 한 기장군의회 의원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사진 기장군 주민자치협의회]

 21대 국회 원 구성에 이어 전국 곳곳 지방의회에서도 2년 임기의 후반기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선출 과정에서 몸살을 앓고 있다.

부산 기장군민 100여명 조롱 섞인 낙서한 의원 규탄 집회 #부산 사하구 의장 선출 앞두고 의원들끼리 몸싸움 # 민주당 강릉시의원 의장 선출 항의 의미로 보이콧

 10일 오후 2시 부산시 기장군 주민 100여명이 비옷을 입고 기장군청 앞에 모였다. 앞서 지난 7일 기장군의회 상임위원장 선출 투표용지에 기장군 일부 의원들이 ‘다 드세요’, ‘좋은가요’, ‘싫어’, ‘졌다’ 등 비아냥대는 듯한 글을 적어둔 일을 비판하기 위해서였다.

 홍순미 기장군 주민자치협의회장은 “의회 회의록이 공개되는 것을 알면서도 노골적인 단어를 투요 용지에 적은 군의원들을 주민은 간과할 수 없다”며 “군의원들은 기장군민에게 사과하고 자진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번 일은 지난 2일 군의회 의장단 중 하나인 ‘경제안전도시위원장’ 선출을 위한 투표가 8번 진행됐지만, 끝내 위원장 선출에 실패하면서 비롯됐다.

 기장군의원 8명이 무기명 투표로 치른 선거에서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과반 투표가 기권표들로 인해 충족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의원이 기권표를 내면서 투표용지에 비아냥대는 듯한 글을 적었다. 미래통합당과 무소속 의원이 경제안전도시위원장을 제외한 나머지 의장단 자리 2개를 모두 차지하면서 시작된 갈등이 투표용지 낙서로 표출된 것이다.

 부산 사하구의원들은 의장 선출을 앞두고 몸싸움을 벌였다. 지난 7일 오후 10시 30분쯤 사하구의회 의장 선출 투표를 위해 미래통합당 소속 구의원이 본회의장에 진입하려 하자 민주당 의원들이 이를 막으면서 소동이 벌어졌다. 의원들 사이에 끼어 있던 박정순 민주당 구의원이 실신해 119구급차로 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본회의가 열렸고, 김기복 민주당 구의원이 의장에 당선됐다. 김 구의원이 당론을 따르지 않고 의장 선거에 출마했고 야당 표를 업고 선출됐다. 사하구는 민주당 의원 8명, 통합당 의원 7명으로 구성돼 있다.

 부산 사상구의회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지난달 26일 당론을 거스르고 출마한 조병길 민주당 구의원이 자당 추천을 받은 정성열 구의원을 제치고 당선됐다. 이에 민주당 부산시당은 지난 3일 ‘당론 위반’을 이유로 조 구의원을 제명했다.

지난 1일 강원 강릉시의회에서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이 사전 협의 없이 원 구성을 하려고 한다며 항의하고 있다. 통합당과 통합당 복당을 추진하는 무소속 의원들은 자리를 떴다. 연합뉴스

지난 1일 강원 강릉시의회에서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이 사전 협의 없이 원 구성을 하려고 한다며 항의하고 있다. 통합당과 통합당 복당을 추진하는 무소속 의원들은 자리를 떴다. 연합뉴스

 경북 지방의회에서는 다수인 미래통합당이 후반기 의장단과 상임위원장단 자리를 싹쓸이하는 일이 잇따르며 갈등이 불거졌다. 포항시의회는 의장단(의장 1명, 부의장 1명)과 상임위원장단(4명)을 모두 통합당이 차지했다. 민주당과 무소속 시의원들은 항의의 의미로 투표에 불참했지만, 통합당 소속 시의원들끼리 선출을 강행해 상임위원장을 나눠 가졌다.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은 통합당 소속 정해종 의장의 불신임안을 제출했다.

 강원도 강릉시의회에서는 무소속(9명)과 미래통합당 비례대표 1명이 손잡고 무소속 강희문 의장을 선출했고, 민주당(8명) 보이콧 속에 부의장과 3개 상임위원장 자리도 독식하며 원 구성을 마쳤다. 민주당 소속 강릉시의원들은 지난 9일 ‘강릉시의회 날치기 원 구성 사태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강 의장이 진행하는 행사에는 불참하겠다고 했다.

 지방의회의 상식 밖 행동과 갈등은 풀뿌리 민주주의 무용론을 부추기고, 주민들의 피해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기섭 부산시의원은 “주민들 입장에서 볼 때 의회 감투는 중요하지 않다. 감투 때문에 의원들끼리 다투는 모습은 지방의회 무용론을 부를 뿐이다”며 “개인적인 욕심으로 당론을 어긴 의원들은 주민들이 다음 선거에서 심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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