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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선 시장·유력 대선후보 숨졌다” … 외신, 박원순 시장 사망 비중있게 보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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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두 번째로 영향력 있는 (선출직) 공직자가 숨졌다.” (미국 NYT)  
“그는 2022년 대통령 선거에서 여권의 유력 대선 후보로 거론됐다.” (영국 BBC)  

박원순 서울시장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을 세계 주요 언론들도 비중 있게 보도했다. 그가 여권의 유력한 대선후보였고, 3선 시장이었으며 인권 변호사 출신이란 점을 조명했다. 또 일부 언론은 박 시장이 사망하기 전 성추행 혐의로 고소를 당한 사실도 전했다.

생전 박원순 서울시장의 모습. [뉴스1]

생전 박원순 서울시장의 모습. [뉴스1]

박 시장은 서울 삼청각 인근 산속에서 10일 밤 0시 20분쯤 숨진 채 발견됐다. 박 시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암시한 후 실종됐다는 딸의 신고를 받고 경찰이 수색을 펼친 지 약 7시간 만이었다.

CNN "10년 전 그의 당선은 기득권 정치에 질렸단 신호" 

미국 CNN은 “한국에서 두 번째로 영향력 있는 공무원이 서울의 산 중턱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이어 “시민단체 출신인 박 시장은 10년 전 압도적인 지지율로 서울시장에 당선됐다”면서 “예상치 못한 그의 선전은 한국인들이 기득권 정치에 질렸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박 시장은 이를 해소할 인물로 떠올랐다”고 전했다.

CNN이 박원순 서울시장의 사망 소식을 보도했다. [CNN 홈페이지 캡처]

CNN이 박원순 서울시장의 사망 소식을 보도했다. [CNN 홈페이지 캡처]

그러면서 그의 도시 복지사업은 인구 1000만 명이 거주하는 대도시 개혁의 상징이었다고 평했다. 박 시장은 생전 찾아가는 동사무소, 청년과 신혼부부 주택 보급 등 복지에 방점을 둔 정책을 펴왔다.

워싱턴포스트(WP) 역시 박 시장을 “한국에서 두 번째로 힘센 선출직 공직자”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을 포함한 보수 세력에 대항해 평등을 주장했으며, 서울시장으로서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이끈 집회를 지지했다”고 전했다. AP통신은 “한국 수도 서울의 3선 시장이 사망한 채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인권 변호사, 코로나 대응 업적도 조명 

주요 외신들은 박 시장이 유력 대선후보였다는 점을 언급했다. 영국 BBC는 박 시장이 2022년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뒤를 이을 유력 여권 대선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됐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박 시장은 경제 불평등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가이자 2020년 잠재적 대선 후보였다”고 했고, AFP통신은 “그는 문 대통령의 뒤를 이을 잠재적 후보로 꾸준히 언급됐으며 스스로도 야망을 부인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일본 산케이 신문은 박 시장이 3선에 성공한 서울시장으로 차기 대선 후보로 떠올랐다고 소개했다.

BBC가 박원순 서울시장의 사망 소식을 보도했다. [BBC 홈페이지 캡처]

BBC가 박원순 서울시장의 사망 소식을 보도했다. [BBC 홈페이지 캡처]

인권 변호사로서의 그의 이력도 소개했다. 독일 도이체벨레는 박 시장은 1980~1990년대 독재에 맞선 운동가들을 변호하던 인물이라고 전했다. AP는 “한국 최초의 성희롱 소송에서 변호인으로서 유죄를 이끌어 내며 인정받았다”고 보도했다. 일본 NHK는 “박 시장은 2011년 당선 전까지 인권 변호사로 활동했다"면서 "개혁적이라는 평가를 들었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싸움에서 공격적인 지도력을 보였다고도 평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서울 수도의 리더인 고인은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자 정부보다 더 적극적이고 새로운 방식으로 대응해 전 세계의 관심과 찬사를 받았다”고 전했다.

NYT "사망 전 성추행 피소, 피해자에 침묵 강요 분위기" 

일부 외신들은 그가 사망 전 성추행 혐의로 피소를 당해 충격을 안기고 있다고 전했다. NYT는 “박 시장은 한국 정계의 스타였을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여성 인권의 수호자로 알려져 충격은 더욱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 시장은 한국 사회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남성을 대변하고 있으며, 그의 사망은 결국 피해 여성의 침묵을 강요하는 분위기를 형성했다고 덧붙였다.

NYT가 전한 박원순 서울시장 사망 보도. [NYT 홈페이지 캡처]

NYT가 전한 박원순 서울시장 사망 보도. [NYT 홈페이지 캡처]

이어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미투(MeToo) 운동’을 지지해왔으나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도 보도했다. 2018년 3월 안희정 전 충남지사, 지난 4월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이어 박 시장까지 민주당의 유력 인사들의 성 추문이 연이어 불거지고 있다고 전했다.

BBC와 파이낸셜타임스(FT)도 박 시장이 사망 전 성추행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고 언급했다. 또 WP와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 등 외신은 “한국인은 이전에도 주요 정치인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겪었다”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9년 사망했다고 전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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