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폭력 피해 여대생 “검찰, 가해자와 단둘이 30분 만나게했다”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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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에게 이른바 ‘데이트 폭력’을 당한 피해 여성이 “검찰의 강요로 남자친구와 원치 않는 ‘30분 면담’을 갖는 등 2차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대학생 윤모씨, 남자친구한테 4차례 폭행 당해 #폭행 혐의로 지난 3월 부산지검 동부지청에 송치 #윤씨 “검찰이 가해자와 만나 합의 종용” 주장 #검찰 “강제성 없어…당사자 간 합의로 형사조정”

 8일 부산지검 동부지청에 따르면 지난 3월 경찰에 “데이트폭력을 당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대학원생 윤모(22)씨는 “지난해부터 남자친구 A씨에게 뺨을 수차례 맞거나 목이 졸려 기절하는 등 4차례에 걸쳐 데이트 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A씨를 폭행한 혐의로 입건한 뒤 사건을 부산지검 동부지청으로 넘겼다.

 윤씨는 “수사 과정에서 형사조정을 원치 않았지만, 검찰의 요구로 조정 절차를 거쳤다”고 주장했다. 형사조정제는 일반인인 조정위원과 담당 수사관이 참석한 가운데 사건 당사자 간 화해와 합의를 유도하는 제도다. 수사 과정에서 강제 사항은 아니다. 당사자 간 동의가 있을 경우에만 형사 조정을 하며, 조정 과정에서 당사자 간 합의가 이뤄졌다 하더라도 법적 효력은 없다.

 윤씨는 “검찰 요구에 따라 지난 5월 형사조정제에 참여했다”고 주장한다. 이어 “부산지검 동부지청 담당 수사관이 ‘둘이서 만나 이야기를 해보라’며 윤씨에게 가해자와 대면할 것을 제안했다”고도 주장했다.

 윤씨는 “동부지청 측의 권고에 내키지 않았지만, 피해자 대기실에서 가해자와 단둘이 30분가량 만났다. 가해자로부터 사과를 받지 못했고, 가해자가 일방적으로 대기실을 나가버렸다”며 “면담 이후에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동부지청 측은 가해자와 만나볼 것을 다시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윤씨는 또 “형사 조정제에 참여한 조정위원이 합의를 종용하기도 했다”며 “한 조정위원은 ‘가해자가 재판에 가도 어차피 벌금형을 선고받을 건데 본인(윤씨)에게 이득 될 게 없다’, ‘불면증이 생겼다니 이 사건이 빨리 끝나야 편하게 잘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전경. [사진 인터넷 캡쳐]

부산지검 동부지청 전경. [사진 인터넷 캡쳐]

 이에 대해 A씨 측은 윤씨의 주장 중 일부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A씨는 “지난해 윤씨의 목을 졸라 기절시킨 적이 없다”며 “지난 5월 동부지청 피해자 대기실에서 윤씨와 30분이 아니라 5분 정도 대화했다. 이때 윤씨에게 사과도 했다”고 주장했다.

 검찰 또한 검찰 측의 요구로 형사조정이 진행됐다는 윤씨의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동부지청 관계자는 “형사조정은 피해자와 피의자의 동의가 없으면 진행할 수 없는 절차”라며 “당사자가 형사조정에 동의했고, 면담에 합의했기 때문에 만남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간혹 형사조정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피해자나 피의자 측에서 조정위원의 태도나 발언을 문제 삼는 경우가 있다”며 “사건의 공정성 시비는 붙을 수 있지만, ‘검찰이 형사 조정을 강요해서 2차 피해를 봤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현재 A씨는 피해자인 윤씨 측의 합의 거부로 약식 기소돼 재판을 앞둔 상태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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