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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전쟁' 전면에 나선 이해찬 "부동산 법안 7월에 처리하라"

중앙일보

입력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8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다시는 ‘아파트 양도 차익으로 터무니없는 돈을 벌 수 있다’는 의식이 우리 사회에서 사라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임기를 50일가량 남긴 상황에서 마지막 과제로 '부동산과의 전쟁'을 선언한 것이다.

이 대표는 최근 “당 차원의 부동산 TF를 구성하라”며 “7월 임시국회 때 가능하다면 관련된 부동산 법안 모두를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등 정부의 대책이 부족하다며 당이 중심이 돼 강력한 부동산 추가 대책을 추진하라는 취지였다. 민주당에서는 당 대표 직속 기구인 정책위원회가 부동산 정책의 키를 잡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를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도 만났다. 비공개 회동의 의제는 ‘부동산 정책’이었다. 박 시장은 회동 직후 중앙일보와 만나 “아무래도 부동산 정책이 핫이슈다 보니 그 부분에 대해서 이해찬 대표와 당의 입장을 들으러 왔다”면서 “당과 정부의 입장을 잘 조율하고 고민해 조만간 종합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보폭이 커지고는 있지만, 구체적 내용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정 협의도 당 대표 직속 정책위 차원에서 관련 부처를 불러모으는 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사실상 이 대표가 직접 부동산 대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는 뜻이다.

사실 이 대표는 부동산 정책과 인연이 깊다. 노무현 정부의 8·31 대책(2005년)을 주도하기도 했다. 공급·세금·청약 등이 망라된 8·31 대책은 당시 국무총리였던 이 대표가 아이디어를 내고 노무현 대통령이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발표 직전 송파·거여지구 개발 계획이 추가된 건 한덕수 당시 경제부총리의 제안을 이 대표가 수락해서다.

하지만 준비 기간만 최소 2개월이 소요된 8·31 대책은 이후 집값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실패한 정책’으로 전락했다. 노무현 정부 5년간 아파트값은 서울 78.9%, 전국 59.2% 올랐다. (부동산114 조사) 이에 대해 이 대표는 2007년 5월 “현재 부동산 정책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5~6년 뒤 집값은 버블 이전인 2000년 이전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이해찬 신당 경선후보가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국민경선 합동연설회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해찬 신당 경선후보가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국민경선 합동연설회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 대표는 10여년 뒤 다시 부동산 정책을 꺼내 들었다. 당 대표 취임 닷새째인 2018년 8월 30일, 이 대표는 고위당정청협의회에서 “3주택 이상이나 초고가 주택의 경우에는 종부세(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나흘 뒤에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급을 크게 확대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의 요구는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2018년 9월 발표한 9·13 대책에 대거 포함됐다. 종합부동산세 최고 세율(기존 2%)은 3.2%로 껑충 뛰어올랐고, 수도권 내 신규 공공택지 30만 호를 개발하는 계획도 포함됐다. 이 대표는 9·13 대책 발표 직후 “또 시장 교란이 생기면 그땐 더 강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9·13 대책 이후 그해 연말까지는 집값이 안정세를 유지했지만, 이듬해부터는 다시 상승세를 탔다. 숱한 규제책으로 인해 시장에 내성이 생겼다는 진단도 나왔다.

이 대표는 8·29 전당대회를 끝으로 사실상 정치 일선에서 물러난다. 막판 '부동산 전쟁' 카드를 꺼내든 것을 두고 "특유의 승부사 기질"이란 평가가 나온다. "노무현 부동산 트라우마를 앞장서 극복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21번째 대책에도 폭등세는 여전하고, 특히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의 '반포 고수' 등으로 부동산 민심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어서다.

오현석·박해리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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