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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집단감염 잇따르자 소모임 중지 칼 뺐지만 성당·절은 아직

중앙일보

입력

정부가 교회를 타깃으로 결국 칼을 빼 든 건 전국서 두더지 잡기 식의 크고 작은 종교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이 끊이질 않아서다.

5일 광주광역시 북구 일곡중앙교회에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에 따라 출입통제를 알리는 행정명령문이 붙어 있다. 광주=프리랜서 장정필

5일 광주광역시 북구 일곡중앙교회에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에 따라 출입통제를 알리는 행정명령문이 붙어 있다. 광주=프리랜서 장정필

8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전국 17곳 시·도 가운데 현재까지 9곳(서울·부산·대구·경북·인천·광주·대전·경기·경남)에서 교회 관련 감염자가 나왔다. 각 지역 주요 집단발생 사례 대부분이 종교시설 관련이다.

당장은 교회만 대상이지만 향후 성당 등 확대 가능성도

코로나 사태 초기에 신천지발 대규모 유행이 있었던 대구와 경북은 물론이고, 최근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가리지 않고 곳곳서 교회발 집단감염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정세균 총리는 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며 “최근 감염사례를 분석해 보면 교회의 소규모 모임과 행사로부터 비롯된 경우가 전체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서울 주요 집단감염 중 종교시설 사례(8일 기준)는 만민중앙교회 41명, 수도권 개척교회 모임 37명, 동대문구 동안교회와 PC방 관련 28명, 왕성교회 29명 등이다.

지난달 27일 경기 안양에 있는 주영광교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방역당국이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7일 경기 안양에 있는 주영광교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방역당국이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는 집단감염 규모가 크다. 성남 은혜의강교회(67명), 부천 생명수교회(50명), 수도권개척교회모임(25명), 주영광교회(25명), 군포안양목회자모임(22명), 왕성교회(9명) 등이다.

인천에서도 부천의 쿠팡 물류센터 관련 감염을 제외하면 수도권 개척교회 모임(57명)이 가장 큰 규모의 집단 발생 사례다. 부산에서도 온천교회 관련(39명) 누적 환자가 가장 많다.

교회 관련 감염자가 속출하는 건 교회 내 성경공부, 찬송, 합창, 식사 등의 행위가 비말(침방울) 전파를 동반할 수밖에 없어서다. 동일한 참여자들이 반복적으로 접촉하는 탓도 크다.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 대성전에서 성가대와 교역자 등 최소 인원만 참석, 주일 예배를 온라인 중계로 진행하고 있다. 뉴스1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 대성전에서 성가대와 교역자 등 최소 인원만 참석, 주일 예배를 온라인 중계로 진행하고 있다. 뉴스1

당국은 그간 꾸준히 이런 위험성을 강조하면서 방역수칙을 당부해왔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은 지난달 29일 브리핑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한 교회에서는 환기가 안 되고 침방울이 튀는 행동이 있었다”며 “찬송, 큰소리 기도, 많은 사람이 모인 식사 등은 위험하다”라고 말했다.

‘정밀 타깃’ ‘강제력 동원’ 등 경고성 발언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고강도 방역조치를 예고한 바 있다.

지난달 28일 박능후 중대본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종교모임에 대해 전반적으로 고위험시설, 고위험 행동으로 규제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목적을 더 엄밀하게 정해 정밀한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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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지난 1일 김강립 중대본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도 “지금처럼 종교 모임으로 인한 감염이 계속된다면 강제력 동원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애초 종교시설 자체를 특별관리대상인 고위험시설로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헌법상 기본권인 종교의 자유와 충돌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 제한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김강립 차관은 8일 브리핑에서 “교회시설 전체를 고위험시설로 지정하지는 않아 정규 예배는 정상적으로 진행되지만 기본적인 방역수칙은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핵심 방역수칙을 위반하는 경우 종사자와 이용자 모두에게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며 “집합금지 조치를 통해 교회 운영이 일시중단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당장은 교회만을 대상으로 했지만 최근 성당과 사찰 등에서도 감염자가 확인된 데 따라 방역수칙 의무화 등의 조치를 확대 적용할 수도 있다.

정은경 본부장은 8일 브리핑에서 “5~6월에 소규모 교회 47곳이 연관돼 다량의 환자가 발생했다”며 “여러 교회를 중심으로 한 소규모 식사 또 친목모임 등을 통해 사례가 많이 발생했고 이것이 지역사회로 전파되는 사례를 근거로 (교회에) 먼저 적용을 부탁했다”고 말했다.

이어 “성당이나 사찰도 마스크 착용 없는 친밀한 모임이나 식사를 하는 경우 위험하다”며 “향후 집단발병 사례나 위험도를 근거로 해서 필요하면 확대 또는 조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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