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2차 유행하면 선진국서 일자리 8000만개 사라진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 3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 위치한 주정부 취업센터 앞에서 실업수당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지난 3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 위치한 주정부 취업센터 앞에서 실업수당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2차 대유행(팬데믹)이 발생하면 올해 말까지 이른바 선진국에서 80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OECD 37개 회원국 실업률 12.6% 예상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가장 높은 수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7일(현지시간) 연례 고용전망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가 2차 발병하면 올해 4분기 37개 회원국의 평균 실업률이 12.6%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말 실업률(5.3%)의 두 배를 웃도는 수치다.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OECD 37개 회원국의 전체 일자리는 6억6000만개로 추산된다. 12%대의 실업률은 80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과 같은 의미다. 독일 전체 인구에 해당하는 규모의 실업자가 발생하는 셈이다.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실업률 변화 예상. 자료=OECD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실업률 변화 예상. 자료=OECD

코로나19의 확산세가 다소 수그러들더라도 상황이 여의치는 않다. OECD는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을 피하더라도 올해 말 회원국의 평균 실업률은 9.4%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OECD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2008~2009년 세계금융위기보다 훨씬 심각한 일자리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세계금융위기 당시 OECD 평균 실업률은 8.66%까지 치솟았다.

코로나19의 2차 발병을 가정할 때 미국의 실업률은 올해 말에 12.9%, 내년에 11.5%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의 실업률은 올해 5.1%, 내년 4.7%로 전망했다. 코로나19의 2차 발병이 없을 경우 한국의 실업률은 올해 4.8%, 내년 4.4%로 예상된다.

실업률과 함께 고용시장에 미친 코로나19의 충격파는 노동시간의 감소로도 드러났다. 코로나19의 확산 등을 막기 위한 셧다운 등이 이어지며 경제 활동이 위축된 탓이다.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근로시간 감소. 자료=OECD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근로시간 감소. 자료=OECD

OECD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직후 첫 3개월 동안 회원국 평균 노동시간은 12.2%나 줄었다. OECD는 보고서에서 “세계금융위기 당시와 비교해 근로 시간이 10배 넘게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2008년 4분기의 평균 노동시간은 1.2% 줄어든 데 그쳤다.

일자리 상황이 빠르게 회복될 것이란 낙관적인 기대도 어려워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고서 내용을 인용해 “2022년까지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고용상황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코로나19의 여파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보고서는 각국 정부의 고용진작 방안에 대한 조언도 내놨다. OECD는 “일시 해고 상태에서 정부가 임금을 지원하는 근로자의 경우 향후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며 “정부가 보편적인 고용보조금 지원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신 관광업 등 여전히 셧다운 상태에 놓인 부문에 초점을 맞출 것을 권고했다.

스페파노 스카페타 OECD 고용노동사회국장은 “이제는 시장이 제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며 “어떤 회사와 어떤 직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지 시장이 판단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